주말 매서운 한파… KTX 느려지고 항공기 끊기고
부산·전국 안전사고 피해 속출
유리창 파손·표지판 추락 위험
부산행 기차 서행 20여 분 연착
부산~제주 비행기 6편 결항도
18일도 부울경 영하권 맹추위
한파주의보가 내려지고 바람이 강했던 주말 동안 부산행 기차가 지연되거나 비행기가 결항하는 등 동장군이 찾아온 여파가 이어졌다. 매서운 한파는 18일에도 기승을 부린다.
부산기상청은 18일 오전 최저 기온이 부산·울산은 영하 5도, 경남은 영하 9~4도로 떨어질 전망이라고 17일 예보했다. 18일 오후 예상 최고 기온도 부산 4도, 울산 3도, 경남 1~4도로 평년보다 3~7도 낮은 수준이다. 19일 오전 최저 기온은 부산 0도, 울산 영하 2도, 경남 영하 6~1도로 예상했다.
부산과 전국 곳곳은 주말에 한파와 강풍이 겹쳐 강렬한 추위에 시달렸다. 부산에는 지난 15일 오후 4시에 강풍주의보, 16일 오후 9시에는 한파주의보가 발효됐다. 17일 최저 기온은 영하 5도 안팎으로 떨어졌고, 강풍주의보와 한파주의보는 이날 오전 5시와 10시에 각각 해제됐다. 한파주의보는 전날보다 기온이 10도 이상 떨어져 3도 이하가 되면 발효한다.
강한 바람과 갑작스러운 추위에 부산에서는 안전사고 위험이 커졌다. 부산소방청은 지난 16일 오후 8시께 해운대구 반여동 건물 옥상에서 물이 새 결빙이 우려된다는 신고를 받고 안전 조치를 마쳤다. 강풍 여파로는 지난 16일 오후 4시 40분께 부산진구 전포동 건물 유리창이 깨졌고, 오후 2시 50분께에는 연제구 연산동 공영주차장 푯말이 날아갈 위험에 놓이기도 했다. 같은 날 오후 1시께 부산진구 양정동 공사장에서 구조물이 추락할 뻔했고, 오전 11시께 동서고가로 표지판이 떨어질 처지에 놓이기도 했다.
KTX 열차들이 제시간에 도착하지 못하기도 했다. 서울에서 지난 16일 오후 10시 48분에 출발한 부산행 기차는 도착 예정 시간인 17일 오전 1시 11분보다 20분 이상 늦게 도착했다.
당시 KTX 직원은 방송을 통해 “기온 급강하로 인한 서행으로 연착했다”고 안내했다. 16일 오후 9시 32분 서울에서 부산으로 출발한 KTX 열차도 13분 정도 늦게 도착했다.
KTX 열차 서행은 지난 16일 오후 10시 10분께 천안아산역에서 광명역으로 달리던 KTX 열차에서 외부 유리창이 연거푸 금이 간 여파로 분석된다. 한국철도공사 측은 “기온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이중창 바깥 창문이 약해진 상태였다”며 “열차가 빠르게 달리면서 자갈이 튀어 올라 유리가 파손됐다”고 설명했다. 부상자는 없어도 다른 KTX 열차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막기 위해 속도를 줄인 셈이다.
부산과 제주도를 오가는 비행기도 겨울철 날씨 여파로 결항했다. 지난 16일 김해국제공항과 제주국제공항을 오가는 비행기 6편이 적설 등 기상 악화로 뜨지 못했고, 10여 편은 예정 시간보다 늦게 출발했다. 17일에도 김해~제주 편 등에서 지연 운항이 이어졌다.
놀이공원 등 야외 공간을 찾는 시민도 확 줄었다. 백화점 등 실내 공간을 찾은 방문객은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부산 롯데월드 관계자는 “날씨가 따뜻했던 앞선 주말(9~10일)에는 단체 관람객이 많아 방문객이 지난해 같은 시기 주말과 비교하면 1.5배 정도였다”며 “한파주의보가 내려진 16일 주말에는 방문객이 줄었다”고 밝혔다. 부산 롯데백화점 측은 “실내 활동 수요가 커져 16일 백화점 방문객은 지난해 같은 날과 지난주보다 5% 정도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기상청은 12월 날씨가 극과 극을 오가는 건 제트기류 흐름이 달라진 영향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부산은 지난 9일 기온이 20도를 넘어 역대 12월 중 3번째로 따뜻한 날을 맞았다. 기상청 관계자는 “우리나라 북쪽 대기에 있던 제트기류가 서쪽에서 동쪽으로 강하게 흘러 찬 공기가 남쪽으로 내려올 수 없었다”며 “최근에 제트기류 흐름이 약해지면서 북쪽에 있던 찬 공기가 남쪽으로 내려와 따뜻했던 날씨가 추워진 것”이라고 밝혔다.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