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에 연탄 기부도 줄어… 서민들의 혹독한 겨울나기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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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부산 영하 5.4도 한파
백화점 지하 통로 모인 노인
배달원, 핫팩·넥워머 무장도

부산 서구 아미동 골목의 한 주택 앞에 18일 연탄재가 쌓여있다. 나웅기 기자 wonggy@ 부산 서구 아미동 골목의 한 주택 앞에 18일 연탄재가 쌓여있다. 나웅기 기자 wonggy@

갑작스레 찾아온 한파에 서민들의 혹독한 겨울나기가 예상된다. 18일 오전 부산은 영하 5.4도로, 이번 겨울 들어 가장 추운 날로 기록됐다. 이날 아침 최저 체감온도는 영하 12.3도. 야외 노동자들은 추위를 막기 위해 저마다 중무장을 하고 일터로 나섰다. 경기 침체와 고물가 등으로 주거 취약계층과 노인에게는 한파가 더 매섭게 찾아왔다.

이날 오후 부산진구 롯데백화점 부산본점 1층. 버스를 기다리는 시민들은 정류소에서 발을 동동 구르더니 추위를 못 견디고 백화점으로 피신했다. 시민들의 옷차림은 두 겹, 세 겹으로 두꺼워졌지만 살을 에는 듯한 바람을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연제구에서 온 이 모(39) 씨는 “너무 추우니 밖으로 최대한 안 나가고 실내에서 모든 걸 해결할 수 있는 백화점으로 약속을 잡았다”고 말했다.

매서운 추위가 찾아오자 백화점 지하 통로는 노인들 ‘대피소’가 됐다. 이날 오후 롯데백화점 부산본점 지하 분수광장은 앉을 자리 없이 노인들로 꽉 차 있었다. 이들은 백화점 안으로 들어가는 시민들과 달리 상대적으로 얇은 옷을 입고 있었다. 몸을 잔뜩 움츠려 벤치에 앉아있었다. 난방비나 전기 사용을 하지 않으면서 찬바람을 피하기 위해 그나마 따뜻한 실내를 찾은 것이다. 전 모(75) 씨는 “한겨울 집에만 있으면 몸살이 심해질 것 같아 그나마 따뜻한 실내로 발걸음을 옮겼다”고 말했다.

살을 에는 듯한 칼바람에도 야외에서 일하는 직업을 가진 시민들은 중무장을 했다. 이날 오후 서면1번가 한 식당 앞에서 대기하던 배달기사 3명은 모두 장갑과 넥워머를 찼고, 주머니에는 핫팩까지 준비했다. 잠깐 내린 넥워머 사이 보이는 코끝은 추위에 빨갛게 달아올랐다. 배달기사 박 모(44) 씨는 “폭염이나 한파가 오면 배달이 잘 되기 때문에 대목이다. 춥지만 이 기간을 놓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주거 취약계층에게 추위는 더 가혹하다. 서구 아미동 비석마을에 15년째 거주 중인 유 모(68) 씨는 이번 겨울이 더 춥게 다가온다. 철제문과 안방 미닫이 문틈으로 칼바람이 들어오자 유 씨는 집에서도 패딩을 입고 있었다. 밖에 내놓은 음식물 쓰레기는 금방 얼어버렸다. 도시가스가 들어오지 않는 집이라 연탄을 하루에 3장씩 사용하지만 한파를 막을 순 없었다. 유 씨는 “연탄 덕분에 바닥은 따뜻하지만 방 안 공기가 찬 건 어쩔 수 없다. 겨울이 빨리 지나가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설상가상으로 취약계층이 유일하게 의지하던 연탄마저 수급이 어려운 상황이다. 물가 상승 등 경기 침체 여파로 후원이 줄어 물량 확보에 어려움을 겪기 때문이다. (사)부산연탄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부산지역 연탄 기부 규모는 20만 장이 조금 넘는 수준이었지만 올해는 이보다 훨씬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봉사자도 1500명으로 지난해보다 1000명 가까이 적다. 부산연탄은행 관계자는 “취약계층은 3~4월 꽃샘추위까지 연탄이 필요한데 이달 말을 끝으로 연탄이 부족할 것으로 보인다”며 “부산에 거주하는 취약계층이 겨울을 따뜻하게 보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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