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민생 내팽개친 21대 국회, PK 현안 끝내 외면
산은법 개정 등 현안 사실상 물 건너 간 듯
양당 무관심, 내년 총선서 심판론 불가피
2023년을 열흘 남짓 남겨 둔 상황에서 올해 부울경 최대의 현안인 산업은행법 개정과 우주항공청 설치법, 고준위특별법 제정이 사실상 모두 물 건너간 것으로 보인다. 12월 임시국회가 오는 28일과 내년 1월 9일 본회의를 아직 남겨 놓고 있지만, 현재의 극한 여야 대치를 고려할 때 세 법안의 처리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결국 올해 내내 지역민들이 그토록 촉구했던 세 법안은 거대 양당의 정쟁으로 철저히 외면당한 꼴이 됐다. 지역으로서는 거대 양당의 한심한 행태에 배신감과 함께 모멸감을 감출 수가 없다. 이러고도 양당이 내년 총선에서 표심을 달라고 할 수 있을지 묻고 싶은 지경이다.
민생을 외면한다는 국민의 비난에 직면한 거대 양당은 지금 현안 법안의 신속한 처리를 위해 각 당 정책위의장-원내수석대표로 구성된 ‘2+2 협의체’를 가동 중이다. 현재로선 양당의 최고위층 간 협상 채널이다. 양당에서 각각 처리를 원하는 10개 법안을 내놓고, 이를 협상하는 방식이다. 부울경의 세 현안 법안도 여당이 제시한 10개 법안에 포함돼 있다. 그런데 협상의 시늉만 있을 뿐 아직 성과물이 나올 기미가 없다는 게 문제다. 벌써 협의체 3차 회의가 지난 19일 국회에서 열렸지만, 역시나 이견으로 어떤 진전도 없었다. 21대 국회의 시간은 점점 저물어가는데, 이렇게 미적거리고만 있으니 답답한 마음 그지없다.
지금과 같은 상황이라면 양당이 꾸린 협의체도 별다른 성과 없이 막을 내릴 공산이 크다. 물론 부울경은 끝까지 실낱 같은 희망이라도 놓고 싶지 않은 심정이다. 그러나 거대 양당 모두 리더십이 혼란한 상태이고, 또 총선 일정이 다가올수록 현안에 대한 집중력은 현저히 떨어질 것이다. 총선을 앞둔 양당의 힘겨루기 대상으로 떠오른 이른바 ‘쌍특검’ 법안 처리도 악재다. 양당의 이러한 내·외부 정쟁으로 세 법안이 최종 물거품되면 부울경은 내년 총선 심판론으로 들끓게 될 게 명약관화하다. 끝까지 다수당의 몽니를 부린 더불어민주당은 말할 것도 없고 연내 처리를 장담한 국민의힘도 모두 예외가 될 수는 없다.
부울경의 세 현안 법안 처리에 대한 책임은 결국 지역의 현역 정치인이 일차적으로 져야 한다. 부울경의 현역 국회의원 대다수가 거대 양당 소속임을 감안하면 양측 모두 누구를 가릴 것 없이 대대적인 심판론이 제기될 것임은 당연하다. 그동안 부울경 지역민들이 세 법안의 국회 처리를 위해 쏟았던 에너지와 열정을 아무런 성과도 없이 허망하게 내버릴 수는 없기 때문이다. 특히 엑스포 유치 실패로 의기소침해 있는 부울경으로선 세 현안 법안에 대해 이를 조금이나마 위로해 줄 대안으로 기대를 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지금 그 희망이 사라질 판이다. 부울경의 이러한 상심은 결국 양당에 부메랑으로 되돌아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