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부산의 봄' 기다리며 담대한 도전 다시 시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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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화 동의과학대 경찰경호행정과 교수 기획처장

지난 11월 29일 새벽 시민들은 ‘2030세계박람회’ 부산 유치를 기원했지만 결과는 너무 아쉬웠다. 이때 떠오른 말이 ‘윈터 이즈 커밍(Winter is coming)’이다. 한때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왕좌의 게임’에 나오는 이 문구는 현재 부산이 처한 상황과 현실을 반영하는 데 안성맞춤이다. 소위 ‘한국 제2의 도시’라고 하는 부산의 상황은 시민들이 ‘노인과 바다’의 도시라고 자조하고 있듯이 너무나 심각하다.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2023년 2월 기준 부산의 16개 기초자치단체 중 7곳(43%)이 소멸 위험 판정을 받았다. 2023년 10월 말에는 주민등록 인구 기준 330만 명도 붕괴했는데, 2020년 340만 명 붕괴 이후 불과 3년 만이다. 특히 부산은 생산연령인구(15~64세) 감소 속도가 전체 인구보다 월등히 빠른 상황이다.

어떻게 위기를 극복할 것인가? 이를 위해 과거 엄청난 참화를 겪었던 임진왜란 때의 이순신의 승전을 상기해 보자. 특히 정유재란이 발발한 1597년 9월 16일 조선 수군은 명량해협에서 단 13척의 배로 압도적 열세를 뒤집고 133척의 일본 수군 함대를 대파하였고, 조선은 벼랑 끝 국가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이순신은 조정의 지원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해 있었다. 하지만 그는 백성에 대한 사랑, 의로움(정의)에 기반한 승리 의지, 할 수 있는 온갖 정성을 기울여 외부의 도움 없이도 자력(自力)으로 승리하고자 노력을 기울였다. 즉 ‘사랑, 정성, 정의, 자력’이라는 요소들이 이순신 리더십으로 발휘되어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다.

부산이 위기를 기회로 새로운 도전을 하기 위해서는 부산다움이란 무엇인지 그 정체성을 찾아볼 필요가 있다. 첫째, 1592년 일본이 부산에 10만이 넘는 대군으로 침략했을 때 동래부사 송상현은 결연히 맞서 싸우다 동래성의 군관민과 함께 장렬하게 순국하였는데, “싸워 죽기는 쉬우나 길을 내어 주기는 어렵다(戰死易 假道難)”라고 역사에 길이 남을 말을 남겼다. 이것이 면면히 이어져 온 충절의 정신이다. 둘째, ‘부산시민의 날’은 본래 1980년 10월 5일 제정 시에 이순신이 부산포에서 왜선 100여 척을 격파했던 ‘부산대첩’(음력 1592년 9월 1일)을 기념하기 위한 것이다. 셋째, 1950년대 이후 부산이 공산주의에 맞서 대한민국을 구원한 피란수도 역할을 했고, 또 1960년대 이후 부산이 대한민국 경제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했던 역사적 사실은 부산의 역사성과 정체성을 형성하게 된다. 즉 여기에서 ‘부산다움’ ‘부산정신’ ‘부산사람’의 정체성이 형성되었다고 하겠다.

한 가지 덧붙이면, 부산이 낳은 불세출의 투수, 최동원의 정신도 들 수 있겠다. 그는 어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알겠심더, 마, 함 해보입시더”라고 하며 불굴의 의지로 최선을 다했다. 그는 부산을 상징하는 인물로서 그의 불굴의 정신과 야구에 대한 열정은 아직도 시민들의 기억 속에 살아 있다.

역설적으로 이번 엑스포 유치 실패도 부산의 정체성 즉 부산다움을 형성하는데 적지 않은 역할을 했다. 2년간 엑스포의 유치와 홍보를 위한 정부와 부산시, 시민사회의 노력은 미래 자산이기도 하고, 부산의 도시 브랜드 가치도 올라간 것이 사실이다. 부산의 정치인이나 공직자, 시민들은 부산의 역사성과 정체성에 따른 부산다움을 새롭게 정립해야 한다. 그 다음에 부산시는 시민들이 세계박람회 재유치를 포함한 부산의 발전 방향에 대해 폭넓게 소통하고 의견을 교환할 플랫폼을 운영해야 한다. 그리고 그 결론이 ‘재도전’이라고 한다면 실패의 원인을 냉정하고 체계적으로 철저히 분석해 성공적인 세계박람회 유치를 위한 재도전에 나서야 한다. 향후 부산시민을 필두로 국민이 일관된 의지로 철저한 준비와 노력을 기울인다면 ‘2035 부산 세계박람회’ 유치는 반드시 이루어질 것이다.

시민들에게 말씀드리고 싶다. 필연적으로 도래할 ‘부산의 봄’을 위해 “담대한도전을 다시 시작합시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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