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동훈 비대위원장 체제 여당 역할 제대로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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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21일 공식 추천, 26일 출범
민생 위한 당정 관계 회복, 성공 관건

국민의힘이 21일 비상대책위원장에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공식 추천했다. 지난 9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가결된 뒤 국회 본회의장을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는 한동훈 장관. 연합뉴스 국민의힘이 21일 비상대책위원장에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공식 추천했다. 지난 9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가결된 뒤 국회 본회의장을 나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는 한동훈 장관. 연합뉴스

국민의힘이 21일 비상대책위원장에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공식 추천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긴급 기자간담회를 열어 “당원과 보수층에 총선 승리의 절박함과 결속력을 불어넣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며 추천 사실을 밝혔다. 한 장관이 이미 비대위원장 수락 의사를 밝힌 만큼 국민의힘은 정치 경험이 전무한 검사 출신의 새 사령탑 체제로 내년 총선을 치러야 하는 사상 초유의 정치 실험을 벌이게 됐다. 전례가 없는 여당의 이런 선택에 기대감이 없지는 않지만, 당 안팎의 반발과 우려가 상존하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 정상적인 당정 관계의 회복을 바라는 여론의 향방이 변수다.

국민의힘이 호불호가 분명하게 엇갈리는 한 장관을 비대위원장으로 추대한 것은 역설적으로 집권당의 현재 처지가 매우 위태로운 지경에 있음을 보여 준다.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이후 야심차게 꾸린 혁신위원회는 기대한 성과는커녕 실망감만 준 채 막을 내렸다. 그사이 당의 지지율은 내림세를 면하지 못하는 중이다. 여기다 최근 수도권 참패론마저 제기되면서 당의 불안감은 극도로 치솟았다. 모두 종속적인 당정 관계에 묶여 수권 정당으로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한 여당의 자업자득이다. 오는 26일 공식 출범할 한동훈 비대위원장 체제의 성공 여부는 여당의 이런 고질병을 고칠 수 있는지에 따라 갈릴 것이다.

윤 원내대표는 한 장관의 강점으로 당의 변화를 이룰 젊고 참신한 인물이라는 점을 꼽았다. 여기에 탁월한 언변, 야당에 밀리지 않는 전투력, 윤석열 대통령의 최측근이라는 점도 보수층에 호감으로 작용했다. 여당이 한 장관을 비대위원장으로 밀어붙인 배경인데, 문제는 한 장관의 최대 약점도 여기에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균형적인 당정 관계를 바라는 국민이 볼 때 한 장관은 대통령의 당 장악 강화로 읽힐 수밖에 없다. 대통령에게 국정 혁신을 위한 고언을 할 수 있겠느냐는 의구심은 그래서 늘 따라다닌다. 벌써 세 번씩이나 비대위 체제를 꾸리게 만든 당 위기의 시발점이지만, 여당은 늘 어물쩍 넘어갔다.

균형적인 당정 관계 회복으로 민생을 제대로 챙기는 모습만 보여 준다면 한동훈 비대위원장 체제는 그 자체로 평가받을 것이다. 여당이 그토록 간절히 바라는 내년 총선 승리의 최고 전략도 바로 여기서부터 시작됨을 알아야 한다. 새 비대위원회가 민생을 외면한 채 정략적인 이해타산에만 몰두한다면 국민의 선택은 말할 것도 없고 당의 미래조차 장담하기 어렵다. 최근에 발표된 내년 총선 여론조사에서 정권 지원론보다 정권 심판론이 더 높게 나온 결과도 곧 출범할 새 비대위가 갈 바를 시사한다. 정치판에 몸을 던진 이상, 한 장관은 이제 확실하게 여당을 바꾸는 것만이 당과 자신이 사는 길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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