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도세 기준 완화로 양도세 대상 급감…‘50억원’으로 상향시 70%↓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대주주 감세’ 강행시 ‘주식 10억 이상’ 큰손 9200명 과세대상 제외
1인당 양도차익 평균 13억…큰손만 혜택, ‘부가 감세’ 논란 불가피
기재부 ‘대주주 감세’ 강행에 야당 반발…부총리 임명동의 ‘삐걱’

코스피가 2600선 아래로 내려간 지난 22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와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코스피가 2600선 아래로 내려간 지난 22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와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기습적으로 ‘대주주 양도소득세 기준 대폭 완화’ 카드를 내놓은데 대해 야당이 반발하면서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의 국회 임명 동의 절차가 삐그덕대고 있다. 정부가 계획대로 주식 양도소득세 부과 기준인 대주주 요건을 현행 종목별 ‘10억 원 이상’에서 ‘50억 원 이상’으로 상향하면 양도세 과세 대상 대주주는 현재보다 70% 정도 급감할 전망이다.

24일 더불어민주당 양경숙 의원이 한국예탁결제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서 한 종목(12월 결산법인)의 주식 보유 금액이 10억 원 이상인 사람은 1만 3368명(유가증권시장 7485명, 코스닥시장 5883명)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50억 원 이상을 보유한 사람은 총 4161명으로 유가증권시장이 2088명, 코스닥시장 2073명이었다.

현재 상장주식은 직전 사업연도 종료일에 종목당 10억 원 이상을 보유하거나 일정 지분율 이상을 가진 사람에 대해 양도소득세를 매긴다. 작년 말 10억 원 이상을 보유한 1만 3000여 명이 올해 상장주식을 팔아 양도차익을 얻으면 20∼25%의 양도세를 낸다는 의미다.

하지만, 정부 계획대로 대주주 기준을 상장주식 보유 금액 ‘10억 원 이상’에서 ‘50억 원 이상’으로 올리면, 대주주는 1만 3368명에서 4161명으로 9207명(68.9%) 줄어든다. 앞으로 종목당 10억 원 이상의 주식을 보유한 대주주 9200여 명은 주식을 팔아 수억원대 수익을 내도 세금을 낼 필요가 없게 되는 것이다.

앞서 기획재정부는 연말 주식시장의 변동성을 완화하기 위해 대주주 기준 가운데 종목당 보유 금액을 10억 원에서 50억 원으로 완화하는 내용의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안을 지난 21일 입법 예고했다. 개정안은 내년 1월 1일 양도분부터 적용된다.

대주주 양도세 기준 완화는 윤 대통령의 후보자 시절 공약이었지만, 아직까지 시행되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최 후보자가 그동안의 여야 합의를 무시하고, 지난 19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사실상 대주주 양도세 기준 완화 방침을 공식화했고, 기재부는 이틀 뒤 예고 없이 시행령 개정을 밀어붙였다.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서 종목별 보유액이 10억 원 이상 50억 원 미만인 대주주들이 지난해 보유한 주식 총액은 19조 3000억 원이었다. 작년 말 기준 주식 총 보유 금액(622조 원)의 3.1%에 해당한다.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귀속분으로 상장주식 양도세를 신고한 대주주는 5504명이었다. 이들의 양도차익은 7조 2585억 원으로 1인당 13억 1900만 원의 양도차익을 남겼다. 이들이 낸 세금은 1조 7261억 원으로 1인당 3억 1400만 원의 양도세를 냈다. 평균적으로 양도차익의 23.8%에 해당하는 세금을 낸 셈이다.

정부는 과세 대상 기준을 회피하기 위해 연말에 주식을 대거 팔아치우는 행위 및 개미 투자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로 대주주 양도세 기준을 상향한 것이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기준 완화 혜택을 받는 대상이 손에 꼽히는 주식 '큰손'들이라는 점에서 ‘부자 감세’ 논란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한편, 정부가 지난 21일 대주주 양도세 기준을 완화하는 내용의 ‘소득세법 시행령’ 개정안을 전격 입법예고한데 대해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여야 합의 조건을 무시했다"며 반발하면서 다음날인 지난 22일 최상목 후보자의 인사청문 보고서 채택을 논의키로 했던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가 전격 취소됐다. 오는 28일 국회 본회의 전까지 인사청문 보고서가 채택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지만, 야당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낙관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정부가 무리한 시행령 개정으로 대주주의 세금 부담 의무를 덜어주기 전에 먼저 대주주의 과세 회피 '꼼수'를 차단하려는 노력을 해야 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