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후유증’ 부산여평원 내부 갈등… 연구·사업 차질 우려
여성가족 분야 업무 분산 여파
연구직 “연구·사업 병행 어렵다”
원장 갑질 등 신고 뒤 노조 결성
여평원 “연구 전담은 어불성설”
부산시도 “사전 합의 사항” 선 그어
올 7월 부산여성가족개발원과 부산평생교육진흥원이 통합해 출범한 부산여성가족과 평생교육진흥원(이하 부산여평원) 내부 갈등이 심상치 않다. 향후 부산여평원 연구나 사업에 차질이 예상되는 만큼 갈등 해결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26일 부산시와 부산여평원, 부산여평원 연구직 노조에 따르면, 두 기관 통합을 앞두고 옛 부산여성가족개발원(부산여가원) 소속 박사급 연구원 직원 11명 중 4명이 부산연구원(BDI)로 옮겨가면서 갈등이 본격적으로 불거졌다.
당초 부산시는 옛 부산여가원에서 수행하던 여성가족 분야 연구를 모두 BDI로 이관하는 것이 원래 목표였다. 하지만 부산여가원의 설립 취지 중 하나인 여성가족 연구가 BDI로 이관되면 대폭 축소될 수 있다는 우려에 반대의 목소리가 컸다. 조직 정체성이 흔들린다는 명분도 컸다.
여성단체와 부산여가원은 올해 상반기 시를 끈질기게 설득했다. 결국 출산, 보육, 여성경제, 일생활균형 등 일부는 BDI로, 성평등, 가족, 아동·청소년 연구는 새롭게 출범하는 부산여평원이 맡기로 합의했다.
문제는 통합 이후 연구직 직원이 11명에서 7명으로 줄어들면서 연구원들은 연구와 사업 병행이 어렵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들은 양성평등 통합 연구 등 여성가족 분야 연구는 연속성이 필요한데 BDI와 연구 기능이 쪼개지면서 향후 종합적 연구가 어려워진다고 주장한다.
부산시나 부산여평원 입장은 다르다. 부산여평원에 여성가족 핵심 연구 기능을 남겨달라고 주장해 놓고는 이제 와서 BDI로 전부 가겠다거나, 부산여평원에 남을 경우 사업은 배제하고 연구만 하겠다는 연구원들 뜻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 과정에서 연구원 직원들은 원장으로부터 갑질과 괴롭힘을 당했다고 노동청에 총 27건의 신고를 제기했다. 이에 부산여평원 이사회는 외부 위원으로 구성된 조사위원회를 꾸려 조사한 결과, 26건은 기각했고 1건은 직장 내 괴롭힘 가능성이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연구직 직원들은 지난달 노조를 결성했다. 7명 중 6명이 노조에 가입한 상황이며, 최근에는 북구 금곡동 본원과 연제구 연산동 부산시청 인근에 “부산여성가족과 평생교육진흥원은 여성가족 정책연구기능 정상화하라” 등 현수막을 잇달아 게시했다.
연구직 노조 관계자는 “기관 통합 전에도 갑질이 계속됐고 통합을 계기로 갈등이 폭발했을 뿐”이라며 “BDI가 처우가 더 좋아 연구원들이 BDI에 가고 싶어 한다는 프레임을 우리에게 씌우고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오경은 원장은 “연구원들이 연구 중복이나 분절을 주장하는데 필요시 BDI와 융합 연구를 하도록 시와 협의했다”며 “부산여가원 출범 때부터 여성가족 연구와 사업을 병행해 왔고 채용 때도 명시했는데 이제 와서 BDI처럼 연구만 하겠다는 건 어불성설이고 가능하지도 않다”고 맞받았다. 갈등이 커지면서 당장 연례 행사인 여성단체 신년인사회도 차질이 우려된다. 연구직 노조는 여성단체 사업인데, 여평원 주도로 하는 것은 모양새가 맞지 않다는 입장이고, 여평원은 관례적인 사업조차 하지 않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다. 내년 부산여평원이 하는 각종 여성가족 연구와 사업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부산시 관계자는 “경제부시장 주재로 수차례 회의를 거쳤고, 기관 통폐합 용역 설명회에서 토론 끝에 사회적 합의를 한 사안”이라며 “이제 와서 연구원들이 모두 BDI에 간다거나, 부산여평원에 남아 연구만 한다는 건 법적으로 가능하지도 않고 합의에도 어긋난다”고 선을 그었다.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