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학교급식 질, 사는 곳 따라 크게 달랐다

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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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식자재 지자체 지원 단가
기장군은 끼니당 630원으로 1위
동래구 등 일부 지역 40~60원대
서부산 내 양극화 해결도 급선무
“변화 체감하도록 지원액 늘려야”

부산 16개 구군의 중·고등학교 친환경 급식비 지원액이 10배 넘게 차이가 나 급식의 질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연합뉴스 부산 16개 구군의 중·고등학교 친환경 급식비 지원액이 10배 넘게 차이가 나 급식의 질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연합뉴스

부산 학생 급식의 질을 좌우하는 친환경 급식비 지원 수준이 지역별로 편차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동부산권이 대체로 친환경 급식 지원액 순위가 높은 반면, 지원액 순위가 낮은 곳에는 서부산 지자체 여러 곳이 포함됐다. 무엇보다 친환경 급식비 지원을 일선 기초지자체가 담당하면서 끼니당 지원액이 크지 않아 친환경 급식 실현이라는 근본 취지를 제대로 살리는지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26일 사하구의회에 따르면 부산 16개 구군의 중·고교 친환경 급식비는 지자체별로 들쭉날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곧 학생들이 먹는 급식의 질에 편차를 낳고 있다. 서부산과 동부산의 각 지자체별 학생 1인 끼니당 친환경 급식비 지원 단가(이하 지원 단가)는 최대 10배 넘게 차이 나는 것으로 확인됐다.

친환경 급식비 지원액은 각급 학교 급식재료 중 친환경 재료를 구입하는 데 편성된 비용이다. 올해 기준 부산 16개 구군이 부담하는 친환경 급식비 예산은 약 40억 원이다. 올해 부산 중·고교생 급식비 총액 1287억 원의 3% 수준이다.

지원 단가가 높을수록 친환경 쌀·농산물 등을 더 많이 사용해 학생들이 체감하는 급식의 질이 높아진다. 교육청이 친환경 급식비를 지원하는 유치원이나 초등학교와는 달리, 중·고교의 친환경 급식비 지원은 지자체가 담당한다. 각 구군이 편성하는 친환경 급식비 예산에 따라 지원 단가와 급식의 질이 달라지게 되는 구조다.

문제는 각 구군 재정 상황에 따라 친환경 급식비 지원 규모가 크게 달라진다는 점이다. 2024년 편성액 기준 친환경 급식비 끼니당 지원 금액이 가장 큰 지자체는 기장군으로 나타났다. 올해 790원이었던 지원 단가는 의회 심사를 거치며 630원으로 줄어들었지만, 현재 부산에서는 가장 높은 수치다.

2위부터는 1위와 금액 차가 현격하게 벌어진다. 남구가 257원으로 2위를, 부산진구와 해운대구가 255원, 200원으로 각각 3, 4위를 차지했다. 해운대의 경우 올해(100원)에 비해 지원 단가가 2배 오른 점이 눈에 띈다.

서부산권은 지원 단가가 가장 높은 자치구도 200원에 미치지 못했다. 강서구는 186원, 사상구는 138원을 보이며 각각 5위와 6위를 차지했다.

강서구와 사상구를 제외하고는 지원 단가가 평균 100원에도 못 미치는 실정이다. 대표적으로 사하구 66원, 서구 80원 등으로 2024년 전체 평균 159원의 절반(약 80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영도구와 중구의 경우 각각 100원으로 가까스로 세 자리를 지켰다.

부산시교육청에 따르면 2024년 중학교 급식비는 끼니당 평균 4930원, 고등학교 급식비는 끼니당 평균 5150원으로 추정된다. 이 때문에 친환경 급식비 지원액이 대폭 늘어나지 않는 이상 현장에서 학생들이 체감하는 변화는 크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급식비에 비해 친환경 급식비 지원 단가의 비중이 현저히 낮기 때문이다. 지원 단가가 가장 높은 기장군을 제외하면 중·고교생 끼니당 평균 급식비에서 자치구별 지원 단가가 차지하는 비중은 10%도 채 되지 않는다.

사하구의회 강현식 의원은 “급식 수준에 있어서 동서 격차가 드러났지만, 서부산 지역은 권역 내에서도 양극화가 생기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2023년 기준 사하구 학생 수는 1만 3000여 명으로 전체 구군별 학생수가 4위권이지만 친환경 급식에 있어서는 15위로 사실상 꼴찌 수준이다. 앞으로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부산 한 학부모단체 관계자는 “친환경 급식비를 끼니당 200원대로 지원한다 해도 내년도 부산 중·고교생 1인당 평균 급식비의 5% 안팎에 불과한 수준”이라며 “부산지역 학교에 유기농이나 로컬푸드 공급이 미비한 수준인만큼 좋은 음식과 식자재로 자라나는 학생들의 건강을 챙길 수 있도록 신경을 써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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