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역대 가장 '젊은 비대위' 출범에 PK 중진 입지 불안
세대 교체 의지 명확히 드러나
3선 이상 현역 대다수 공천 위태
중앙 당무감사서 낮은 평가 받아
저마다 약점 가볍지 않다는 지적
‘40대·비정치인·수도권’이 주축인 한동훈 비상대책위원회의 면모가 드러나면서 총선을 앞둔 국민의힘 부산·울산·경남(PK) 정가의 긴장도가 고조되고 있다. 일단 영남이 주력 기반인 국민의힘 지도부에 이번 비대위 인선으로 PK 라인이 ‘전멸’인 이례적인 상황이 됐다. 전임 김기현 지도부의 퇴진과 함께 지역 친윤(친윤석열)계의 위상이 흔들리는 가운데 당 핵심부와 교감할 수 있는 최소한의 ‘파이프 라인’도 없어진 셈이다. 대신 같은 영남권의 TK(대구·경북)는 윤재옥 원내대표와 이만희 사무총장 등이 새 지도부에서도 건재하다. 상대적으로 PK가 당의 주변부로 밀리면서 이 지역 현역들에 대한 공천 잣대가 더 엄격해질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특히 PK 중진들의 입지가 극히 불안해졌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한 위원장이 이번 비대위 인선을 통해 ‘세대 교체’ 의지를 명확하게 드러낸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PK의 경우, 3선 이상 중진들이 지난 21대 공천에서 상당수 ‘컷오프’ 또는 불출마했지만, 현재 남은 중진들 중에서도 공천이 확정적이라고 평가받는 현역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상당수는 지난 당무감사에서 낮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각 중진들의 ‘약점’도 가볍지 않아 보인다는 지적이다.
울산 최다선(4선)인 김기현(남을) 의원은 처지는 그야말로 ‘급전직하’다. 당 대표 사퇴 과정에서 총선 불출마를 권고하는 윤 대통령의 요구를 거부하면서 미운털이 단단히 박혔다. 김 의원은 최근 5선 도전 의지를 밝혔지만, 당내에서는 “공천 전망이 낙관적이진 않다”는 말이 나온다. 3선의 이채익(남갑) 의원은 지난 4월 남구갑 기초의원 보궐선거 결과로 인한 내상이 상당하다. 울산의 ‘강남’격인 이 지역에서 민주당 후보에 의석을 내주자, 당내에선 “지역구 관리를 어떻게 했는지 모르겠다”는 뒷말이 적지 않았다.
부산 중진들의 사정도 녹록지 않다. 최다선(5선)인 서병수(부산진갑) 의원은 친윤 주류와 관계가 껄끄러운 데다, 21대 총선에 이어 이번에도 동생인 서범수(울산 울주) 의원과 ‘형제 공천’이 가능하겠느냐는 시각이 걸림돌이다. 같은 5선의 조경태(사하을) 의원 역시 당내 기반이 약하다는 점에서 교체 가능성을 염두에 둔 당내 도전자들이 몰리는 형국이다. 3선의 이헌승(부산진을) 의원은 21대 국회에서 국토위원장, 국방위원장 등 원내 요직을 맡아 활동했지만, 그에 비해 인지도가 낮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남 최다선인 5선의 김영선(창원의창) 의원도 당내 기반이 약하다는 평가 속에 대통령실 출신 인사 등 위협적인 공천 경쟁자들이 나선 상태다. 3선의 김태호(산청함양거창합천) 의원은 ‘대선주자급’으로 분류됐지만, 21대 국회 들어 당내 선출직에 나서지 않은 채 ‘로키’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 때문에 지역에서는 “유력 대선후보 하나 만든다는 생각으로 뽑았는데, 뭘 하는지 잘 모르겠다”는 불만이 나온다. 3선의 조해진(밀양의령함안창녕) 의원은 지방선거 공천 잡음, ‘흑역사’로 불리는 창녕군수의 잇단 사법처리 문제 등 불안한 지역구 관리가 입길에 올랐고, 같은 3선인 박대출(진주갑) 의원은 김 전 대표의 측근이라는 점에서 불이익 가능성이 거론된다. 윤영석 (양산갑) 의원의 경우 지역구가 문재인 전 대통령의 사저가 있는 ‘험지’라는 점에서 교체 가능성이 낮다는 평가다.
이와 관련, 당 일각에서는 비대위가 당 실무에 약한 비정치인 위주로 구성되면서 공천과 관련된 실질적인 결정은 한 위원장과 친윤 핵심부가 주도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 경우, 공천관리위원회가 친윤 핵심이 주도하는 ‘관리형’으로 구성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