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이사할 집 청소하러 갔다가…원룸 화재로 5살 아이 숨져
화재 현장서 알려진 한부모 가정의 비극
소방 “전자레인지가 발화 지점으로 추정”
속보=울산의 한 원룸에서 불이 나 5살 아이가 숨진 사고는 유일한 보호자인 아버지가 곧 이사할 집을 청소하려고 집을 비운 사이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30일 오후 5시 5분 울산시 남구 한 원룸 건물 2층에서 불이 나 안에 이던 5살 아이가 참변을 당했다.
불은 약 25분 만에 꺼졌다. 소방당국은 새카맣게 타버린 화재 현장을 살피다가 건물과 가재도구 등 잔해에 깔린 남자아이를 발견했다.
연소 확대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아이가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날 화재로 원룸 3층에 거주하던 60대 여성 1명도 대피 과정에서 추락해 허리와 다리를 다쳐 병원으로 이송됐다. 건물주인 60대 남성도 불을 피해 대피하다가 부상을 입었다.
경찰 조사 결과 이 아이는 아버지와 둘이서 생활하는 한부모 가정의 자녀였다. 당시 아버지가 이사할 집을 청소하러 간 사이 비극적인 사고가 발생했다고 한다.
화재 당시 급히 현장에 달려온 아이의 아버지는 한동안 넋을 잃고 주저앉는 등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경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화재 현장에서는 원룸 입구 쪽 전자레인지가 속까지 완전히 타버린 채 발견돼 발화 지점으로 추정됐다. 전자레인지와 연결된 전선 쪽도 화재 흔적이 역력했다고 한다.
경찰은 “전자레인지가 워낙 심하게 타버려 안에 무엇이 있었는지는 조사를 더 해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화재 당시 불길이 빠르게 번진 점에 미뤄 전자레인지가 갑자기 폭발했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정확한 화재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합동 감식을 진행할 예정이다.
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