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신춘문예-시조 당선 소감] 힘든 삶 녹여낸 깊은 울림의 시조 쓰고파
창밖, 빈 나뭇가지에도 비가 내리고 있었습니다. 12월의 봄비인 듯 포근한 한나절 당선 소식을 전해들었을 때 꿈을 꾸는 듯 믿기지 않아 허둥대는 마음 가운데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남편과 일찍 사별하고 건강이 여의치 못해 직업도 내려놓고 힘든 통증을 견뎌내며 할 수 있는 일은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뿐이었습니다. 그러던 중 우연히 접한 우리 시조는 심오한 매력의 문학이었고 시조 창작은 저에게 새로운 도전이었습니다. 그렇게 시조 공부를 하면서 제 일상의 먹구름도 걷히는 듯했습니다.
학창 시절 1월 1일 새해가 되면 펼쳐지는 신춘문예의 지면은 너무나 환하면서도 거대한 성벽처럼 느껴졌지만 제 가슴 깊은 곳에 자리 잡고 있었던가 봅니다. 신춘문예 당선! 과분한 꿈이었기에 도저히 이뤄질 것 같지 않은 꿈을 이루게 해주신 심사위원님과 부산일보사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이제 저는 더 가다듬어서 또 다른 길을 나서렵니다. 힘든 삶의 긴 여정에서 조금이나마 사람들에게 위안을 줄 수 있는 시조, 힘든 삶을 녹여낸 진솔한 시조, 깊은 울림을 주는 시조를 쓰고 싶습니다.
나에게도 다독입니다. 이제 아프지 말자! 쉼 없는 두드림에도 살아나는 생이 있고 어둑한 기다림에도 생이 있어 빛나는 것처럼 남루한 내 뜰에도 봄이 되면 꽃씨를 뿌리자고. 시조의 길로 이끌어 주시고 격려를 아낌없이 해주신 민달 선생님, 김임순 선생님과 그리고 사랑하는 두 아들, 가족들과 이 기쁨을 나누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약력: 1973년 경남 남해 출생, 시언 동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