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신춘문예-평론 당선 소감] 모두가 상처받지 않는 세계 만들고 싶어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수차미 수차미

어떤 분야든 간에 작품을 쓰는 일은 집을 짓는 일이라 생각한다. 자기가 살고 싶은 집을 지어 다른 사람을 집들이에 초대하고, 이야기하며 웃고 떠드는 일 말이다. 아무도 놀러 오지 않을 수 있겠지만 적어도 살아갈 곳을 만든다는 점에서 이는 삶을 지속하는 한 가지 형태인 것 같다. 그리고 어떤 집에 살고 싶은지를 자문하면, 나는 “모두가 상처받지 않는” 세계를 만들고 싶다.

하지만 그런 세계란 게 있을 리가 없다는 걸 우리는 잘 안다. 모두가 같은 곳에 살고 있지 않다는 걸 깨달을 때 사람들은 싸운다. 각자가 살아가는 세상은 너무 달라서 이들을 딱 잘라 조율할 준거점은 존재하지 않는다. 영화는 그런 점에서 매력이 있는 듯하다. 영화를 보는 순간만큼은 모두가 같은 집에 있다는 게 느껴져서 나는 영화에 사는 것을 좋아한다.

오즈 야스지로 감독의 영화를 그래서 좋아한다. 오즈의 영화는 거의 정면으로 카메라를 마주 보곤 하는데, 이런 장면에서는 화면에 사각이나 빈틈 같은 게 생기지 않아서 어느 방향에서든 딱히 흠잡을 게 없다. 즉, 얼굴이 입체적이지 않다. 글을 입체적으로 쓰고 싶지 않다기보다는 어느 방향에서든 그늘질 것 없이 상대방을 마주 볼 수 있는 글을 쓰고 싶다. 오즈 영화는 많은 걸 보여주지 않지만, 그렇기에 되려 더 많은 걸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같은 이유로 감사를 보내야 할 분들이 많지만 일일이 이름을 거론하기보다 이 자리를 빌려 모두에게 마음을 전하고 싶다. 물론, 그럼에도 얼굴을 마주하며 고마움을 표해야 할 분은 있다. 꿈을 지지하고 응원해주신 부모님께 감사드린다.

약력: 1998년 수원 출생, 본명 김선호, 중앙대 영화이론 전공 석사 졸, 2019 만화영상진흥원 만화평론 신인 부문 당선.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