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퍼렇게 멍든 바다’ 지금 남해 앞바다 속 상황은?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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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8일~26일 해양복원 활동 진행
남해 앞바다 8일 만에 쓰레기 52t 수거
불가사리도 폭증…남해 수산자원 위협

비영리 해양복원환경단체 블루사이렌은 지난 12월 18일부터 26일까지 경남 남해군 창선면 일대 해양복원 활동을 진행한 결과 52t의 쓰레기를 수거했다고 밝혔다. 블루사이렌 제공 비영리 해양복원환경단체 블루사이렌은 지난 12월 18일부터 26일까지 경남 남해군 창선면 일대 해양복원 활동을 진행한 결과 52t의 쓰레기를 수거했다고 밝혔다. 블루사이렌 제공

바닷속이 훤히 보일 정도로 청정해역을 자랑하는 남해 앞바다지만 그 속사정은 조금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밀려 드는 연안쓰레기도 많지만 무엇보다 바다 속 침적쓰레기와 급증한 불가사리로 인한 환경파괴가 심각한 것으로 조사됐다.

비영리 해양복원환경단체 블루사이렌은 지난 12월 18일부터 26일까지 경남 남해군 창선면 일대에서 바다숲 조성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해양복원 활동을 진행했다고 1일 밝혔다. 열흘도 채 되지 않는 기간 동안 수거된 침적·해양쓰레기는 52t에 달했다.

이른바 동양의 나폴리로 불리는 남해군은 바다 위에 떠 있는 부유 쓰레기가 거의 보이지 않아 우리나라에서도 청정해역으로 손꼽힌다.

하지만 블루사이렌 확인 결과 실제 푸른 바다 속은 크게 병들어 있었다.

통발과 로프, 폐어구 등 각종 어업쓰레기가 오랫동안 무분별하게 버려지고 수거되지 않은 상태였다. 또 철근과 선풍기, 바구니 등 각종 생활쓰레기.폐기물이 바다 속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수 십 년 간 방치된 대형 로프들은 뒤엉켜 수면 밖으로 꺼내는 데만 하루가 꼬박 걸렸을 정도다.

실제 한 어민은 “그물을 던지면 걸려 나오는 게 죄다 쓰레기다. 몇 년 전만 하더라도 물고기를 비롯해 소라와 게 등 다양한 어종이 잡혔지만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바다 속에 뭐가 있는지 들어가보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바다 속에 있는 폐로프를 건져내는 모습. 뒤엉킨 로프들을 수면 밖으로 꺼내는 데만 하루가 꼬박 걸렸다. 블루사이렌 제공 바다 속에 있는 폐로프를 건져내는 모습. 뒤엉킨 로프들을 수면 밖으로 꺼내는 데만 하루가 꼬박 걸렸다. 블루사이렌 제공

병든 건 바다 속 뿐만이 아니다.

태풍과 폭우 등에 떠밀려온 연안쓰레기도 상당하다. 해안가를 하얗게 뒤덮은 스티로폼 어구들은 9t 남해 관리선을 금세 가득 채웠다. 특히 낚시 찌와 술병, 일회용 접시 등이 대거 발견돼 낚시 쓰레기로 인한 해양 환경 문제의 심각성을 엿볼 수 있었다.

해양환경정보포털에 따르면 경남 남해안권에서 수거되는 해양쓰레기 양은 연간 1만 t에 달한다.

지난 2020년 1만 6370.5t이 수거됐으며, 2021년 9016.7t, 2022년 1만 75t을 각각 기록했다.

그나마도 수거된 양 대부분은 바다 위를 떠다니는 부유물이나 해안가 쓰레기가 대다수다.

바다 속 청소는 많은 예산이 수반되는 만큼 자주 펼쳐지기도 어려워 얼마나 많은 쓰레기가 쌓여 있을지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쓰레기 뿐만 아니라 폭증한 불가사리도 남해 앞바다를 위협하고 있다. 하루 반나절 만에 2.5t 트럭을 가득 채울 정도다. 블루사이렌 제공 쓰레기 뿐만 아니라 폭증한 불가사리도 남해 앞바다를 위협하고 있다. 하루 반나절 만에 2.5t 트럭을 가득 채울 정도다. 블루사이렌 제공

해양쓰레기와 함께 남해안 수산 자원을 위협하는 또 다른 골칫거리는 불가사리다. 해수면 온도 상승으로 몇 년 전부터 불가사리가 크게 늘었고 어족자원인 해삼과 소라, 조개를 잡아먹고 있다.

강만철 전문잠수사는 “바다 속이 온통 불가사리로 뒤덮였다. 살이 잔뜩 오른 불가사리와 달리 바다 속은 빈 조개 껍데기와 해삼 사체만 남았다”고 말했다.

어촌계의 요청으로 진행된 불가사리 제거 작업은 하루 반나절만에 2.5t의 트럭을 가득 채울 정도다. 해마다 지자체들이 예산을 투입해 불가사리 제거에 나서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남해군 창선면 방충원 어촌계장은 “1-2년 전에는 통발 속 불가사리가 5마리 정도였는데 이제는 수 십 마리가 걸려든다. 해수면 온도가 상승하며 급증한 불가사리가 해삼, 소라, 조개 등의 씨를 말리고 있다. 환경 문제가 생계와 직결됨을 체감하고 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재향 블루사이렌 대표는 “이번 남해 작업은 이전 작업들과는 다른 느낌이었다. 보이지 않아 고요하지만 무섭게 황폐해지고 있는 바다 속을 보면서 환경 재앙의 위험이 직면했음을 느꼈다. 국민 모두가 반드시 인지해야 할 문제”라고 당부했다.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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