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급차 도착에만 22분… 부산 의료체계 ‘맨얼굴’
서부산 격차 더욱 뚜렷이 드러나
전국 최고 권역 외상센터 놔두고
서울 이송 택한 결정 놓고도 뒷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피습은 부산 의료 체계의 현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계기가 됐다.
3일 부산경찰청에 따르면 이 대표의 피습 시간은 지난 2일 오전 10시 27분이고 오전 10시 49분께 구급차가 도착한 것으로 추정된다. 22분의 시간차가 발생한 셈이다. 만약 이 대표가 피습으로 중상을 입었다면 골든 타임을 놓칠 가능성도 충분히 있는 시간이다.
부산소방재난본부는 가덕도 내 안전센터가 없어 구급대가 없었고, 당시 출동할 구급차가 있는 가장 가까운 지사센터와 현장까지 21km 거리가 떨어져 어쩔 수 없었다는 해명을 내놨다. 거리상 더 가까운 녹산·신호안전센터 구급차는 모두 출동 중이었다는 설명이다.
똑같은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그 장소가 동부산이냐 서부산이냐에 따라 격차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부산시에 따르면 강서구에 응급실을 운영하는 병원은 200병상 규모의 병원급 의료기관인 갑을녹산병원 1곳이다.
의료 전문가들은 이 대표 사례의 경우 목 부위에 자상을 입은 외상환자인 만큼 지역 응급실보다는 권역 외상센터 이송이 적절했다고 봤다. 하지만 외상은 아니라도 치료가 시급한 응급환자 발생 때 서부산 지역 환자의 선택권은 별로 없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부산 종합병원급 권역·지역응급의료센터는 총 9곳이다. 서구에 3곳을 제외하면 서부산권 응급의료센터는 사상구 좋은삼선병원 정도다.
권역 외상센터로 가면 이야기는 또 달라진다. 이 대표가 전국에서 최고를 다투는 부산·경남 권역 외상센터인 부산대병원 외상센터에서 긴급 처치만 받고, 소방헬기로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돼 수술을 받았기 때문이다.
가족 요청과 향후 일정을 고려한 일이라고는 하지만, 유력 정치인마저 지역 대신 서울 의료기관을 선택한다는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줬기 때문이다. 의료계에서는 국내 최고 권역 외상센터인 부산대를 놔두고 서울대를 가는 것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는 얘기가 나온다.
부산의 한 대학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경정맥 수술은 부산에서도 충분히 할 수 있는 종류의 수술인데 지역의료인의 한 사람으로서 아쉽다”면서 “별개로 향후 서부산 주민도 필요하면 언제든 응급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종합병원급 설립 밑준비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