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가짜뉴스·증오 정치 부추기는 SNS, 해소책 절실하다
보수·진보 막론 자극적인 콘텐츠 극성
정치권 먼저 자성, 엄중한 법적 조치를
새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피습 사건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이와 관련된 어이없는 가짜뉴스와 믿거나 말거나 식의 황당한 루머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타고 난무하고 있다. 이 대표에 대한 테러는 양극단으로 치닫는 이 땅의 증오 정치에 그 원인이 있다는 게 중론이다. 그런데 우리 사회가 이를 자성의 기회로 삼기는커녕 오히려 더 큰 증오와 분열의 세계에 빠져들고 있는 것인데, 이는 편향된 SNS 콘텐츠의 악영향 탓이 매우 크다. 자극적 영상을 퍼 나르고 극단적인 언어를 구사하는 인터넷 포털 혹은 유튜브 방송에서 그 양상이 특히 극성스럽다. 진보와 보수를 막론한다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하다.
지금 SNS는 총만 안 들었지 살벌한 전쟁터와 다름없다. 이번 사건과 관련된 음모론과 배후설이 무차별 유포되고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 한쪽에서는 “윤석열·김건희의 사주” “매수된 의료진 의심” 등 근거 없는 발언을 내놓고, 한쪽에서는 “이 대표 자작극 전력 있다” “재판 미루려는 꼼수” 같은 민망한 주장을 퍼뜨린다. 확인되지 않은 억측과 낭설, 본질과 관련 없는 선동과 조롱의 언어들이 대부분이다. 한국 정치에 대한 불신, 나아가 팬덤 정치가 낳은 대결 구도의 끝이 어디인지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아무리 그렇다 하더라도, 사람의 생명이 걸린 문제다. 어쩌다 이 지경까지 왔는지 참담할 따름이다.
가짜뉴스 말고도 자극적인 영상과 개인정보를 무분별하게 유출한다는 점에서도 SNS의 폐해는 심각하다. 조회 수를 올리기 위한 극단적인 유튜버들의 행태는 사회문제가 된 지 오래다. 이번 사건도 피습 현장과 흉기, 피의자의 모습이 아무런 여과 절차 없이 그대로 송출된 영상으로 시청자들이 큰 충격을 받았다. 사건 이후 살인을 예고하는 글이 다시 게시되는 등 모방 범죄 우려도 높은 상황이다. 실제로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이 대표에 대한 또 다른 살인 예고가 여러 건 올라왔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지난 2일 광주를 방문하면 해치겠다는 협박을 받았고, 관련 글을 올린 40대 남성이 긴급 체포됐다.
일련의 사태에 대한 근본 책임은 정치권에 있다. 상대를 악으로 규정하고 험한 말로 적개심을 부채질하는 증오 정치의 발원지이기 때문이다. 미디어의 무게 중심이 유튜브와 SNS로 옮겨오면서 진영논리는 더 극단적으로 변했다. 나쁜 언사를 내뱉고 그 대가로 지지를 얻는 악순환이 뿌리내린 것이다. 그런 점에서 정치권부터 자성이 필요하다. 가짜뉴스와 악성 루머, 자극적 영상을 퍼뜨리는 SNS 콘텐츠는 발본색원돼야 한다. 철저한 모니터링을 통해 위법을 가려내고 엄중한 법적 제재를 가해야 한다. 무엇보다 정치권이 저질 콘텐츠의 생산 구조를 없애는 데 힘을 합치는 게 중요하다. 혐오의 난장판이 총선으로 이어져선 안 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