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인권 보루’ 인권보호관 부산 3곳 모두 공석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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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지검 5일 인사로 공석
서부·동부지청도 모두 없어
인권보호 업무 공백 목소리
내부서 ‘기피 보직’ 평가도

부산지검 건물 전경. 부산일보DB 부산지검 건물 전경. 부산일보DB

부산지검 인권보호관의 갑작스러운 인사이동으로 검찰 인권 전담 조직인 ‘인권보호관’이 부산에서 서부·동부지청을 포함한 3곳 모두 공석이 됐다. 전국적으로도 일부 지검·지청에서 공백이 계속되며 검찰 수사 과정에서 피의자 인권을 강화하기 위해 만든 인권보호관 제도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5일 부산지검에 따르면, 이날 김지완 부산지검 인권보호관이 창원지검 마산지청장 직무대리로 발령을 받았다. 김 인권보호관이 지난해 9월 부산지검으로 발령받은 지 약 4개월 만이다. 지난달 29일 대검찰청이 박대범(사법연수원 33기) 창원지검 마산지청장에 대해 정치적 중립을 훼손했다고 보고 광주고검으로 인사 조처한 데 따른 것이다. 박 지청장은 총선과 관련해 외부인과 부적절한 접촉을 했다는 의혹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부산지검 본청, 서부·동부지청 3곳 모두 인권보호관이 공석인 상태다. 지난해 9월 인사 발령 이후 서부·동부지청은 각각 전주지검 형사1부장과 대구지검 인권보호관으로 재발령이 났기 때문이다.

인권보호관은 일반 사건을 배당받지 않는 대신 피의자 수사 과정에서 인권 침해가 있는지 관리 감독 역할을 한다. 예전에는 구속 사건이 검찰에 송치되면 첫날부터 조사받았지만, 지금은 인권보호관이 구속 피의자를 면담부터 하는 것이 원칙이다. 검찰의 각 수사 단계마다 발생하는 인권침해 요소나 법령위반을 점검해 제동하는 것이 주된 역할이다. 예전에는 주로 차장검사가 맡았던 공보 업무와 함께 조직 내 양성평등 업무도 책임진다.

인권보호관은 문재인 정부 출범했다. 문 정부는 2017년 8월 인권보호관 전신인 인권감독관을 서울중앙·대전·대구·부산·광주지검 등 5곳에 신설하고 부장검사급 검사들을 배치했다. 2021년 8월부터는 전국의 지청 단위까지 확대 운영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수사업무를 맡지 않는 인권보호관이 검찰 내부서도 기피하는 자리로 인식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일부 검사들은 발령과 동시에 사표를 내기도 한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기준 전국 6개 고등검찰청, 18개 지방검찰청, 10개 지청 등 34개 청에서 인권보호관을 운영 중이지만, 이 중 23%인 8곳(고검 1곳, 지검 2곳, 지청 5곳)이 공석인 상태다.

특히 지청의 경우 10곳 중 절반이 공석 상태로 인권보호 업무 공백을 우려가 높다. 인권보호관이 공석이면 통상 차장검사나 부장검사가 업무를 겸하는데 ‘수사와 독립성을 지닌 검사가 사건관계인 인권을 보호한다’는 인권보호관 운영 취지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게다가 인권보호관 제도는 검찰 내부서 6년째 비직제로 운영되고 있다. 인권보호관에게 업무추진비가 지급되지 않으며, 관련 업무가 늘더라도 정식으로 인력 편성을 받기가 어렵다고 한다. 대검은 인권보호관의 정식 직제화도 법무부에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출신 한 변호사는 “수사 검사도 부족한 상황인데 인권보호관 기피 현상으로 인해 사직이나 인사이동 등이 반복된다”면서 “당초 취지대로 사건 관계인 인권 보호를 위해 만들어졌으니 이를 활성화하고 제대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직제화를 비롯해 제도의 보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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