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서 30m 움직인 차량…만취 50대, 무죄→유죄 뒤집힌 이유

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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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씨 “술 취해 자다 실수로 차량 이동”
항소심, 원심 깨고 벌금 500만원 선고
“변속기 레버 구조상 조작 가능성 있어”


울산지방법원 전경. 부산일보DB 울산지방법원 전경. 부산일보DB

아파트 주차장에서 만취 운전자가 탄 차량이 30m가량 후진했는데 고의성이 있는지를 놓고 1, 2심 법원 판단이 갈렸다.


울산지법 형사항소1-1부(재판장 심현욱 부장판사)는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50대 남성 A 씨에 대한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벌금 500만 원을 선고했다고 7일 밝혔다.

A 씨는 2022년 6월 밤 울산의 한 아파트 주차장에서 운전면허 취소 수치인 혈중알코올농도 0.118% 상태로 승용차를 30m가량 후진한 혐의로 기소됐다.

애초 1심 재판부는 대리운전 기사가 정차한 후 A 씨가 운전석에 앉았는데 그로부터 40분 정도 차량이 전혀 움직이지 않은 점, 차량이 후진할 당시 A 씨가 운전대 방향으로 고개를 떨군 채 조는 모습이 CCTV에 찍힌 점 등을 근거로 무죄를 선고했다.

A 씨가 차량을 조작할 의도가 없었는데, 차량이 움직였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A 씨 또한 재판 과정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기 위해 조수석에서 운전석으로 이동했고, 에어컨을 켜다가 실수로 변속기 레버가 움직였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2심 판단은 달랐다.

항소심 재판부는 해당 차량 변속기 레버 구조상 A 씨가 의도적으로 후진 기어를 넣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이 변속기 레버는 주차 ‘P’에서 후진 ‘R’까지 직선 형태로 한 번에 움직일 수 없고 ‘⊃’자 형태로 조작해야 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레버를 움직이려면 브레이크를 밟은 상태여야 한다.

항소심 재판부는 “장시간 정차 등 다소 비정상적인 운행을 한 사실은 인정되나, 이는 음주 영향으로 분별력이나 판단력이 저하된 상태였기 때문이지 운전할 의도가 없어서 그런 것은 아니라고 보인다”며 “A 씨 혈중알코올농도가 매우 높았던 점,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는 점, 음주운전 거리가 짧은 점 등을 참작했다”고 판시했다.


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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