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검찰 인권보호관 제도, 내부 안착 의지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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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직’ 인식에 검사들의 기피 보직 전락
근거 법령 마련 등 제도적 보완책 시급

부산지검 서부지청 청사 전경. 부산일보DB 부산지검 서부지청 청사 전경. 부산일보DB

부산 검찰에 인권보호관이 한 명도 없게 됐다. 이미 부산지검 서부·동부지청의 인권보호관이 공석이었는데, 그나마 있던 부산지검 본청의 인권보호관마저 지난 5일 다른 지검으로 발령 난 탓이다. 빈자리가 언제 채워질지 기약도 없다. 인권보호관 공백 현상은 부산만의 일이 아니다. 인권보호관을 운영 중인 전국 34개 검찰청(지청 포함) 중 현재 8곳이 공석이다. 권력기관인 검찰 조직 내에서 피의자 등의 인권을 지켜내는 보루로 일컬어지는 인권보호관이 없으면 수사 과정에서 인권 침해 우려가 커지는 게 당연하다. 현시점에서 인권보호관 제도의 효율성을 높이는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요구가 그래서 나온다.

인권보호관 제도는 2017년 만들어졌다. 검찰의 수사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인권 침해 요소를 최소화하겠다는 목적에서였다. 그에 따라 인권보호관에게는 일반 사건을 배당하지 않고 피의자 인권 침해 여부를 관리·감독하고 위법 사항이 있을 시 제동을 거는 역할이 맡겨진다. 구체적으로는 피의자 구속 전 면담이나 수사 과정에서 제기된 인권 관련 진정 사건, 심야조사 허가, 피해자 보호 등의 업무를 수행한다. 이처럼 중대한 인권 업무를 담당하다 보니 인권보호관으로 10년 이상의 법조 경력이 요구되며, 따라서 주로 부장·차장검사급 검사들이 보임됐다. 그렇다면 인권보호관이라는 자리는 결코 한직일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에서 인권보호관은 검사들이 기피하는 대표적인 보직으로 전락했다. 검사로서 수사 권한도 없을 뿐만 아니라, 인권보호관 자리가 좌천성 인사 대상지로 이용된 측면이 없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검찰 내부에서는 정권의 눈밖에 난 검사들이 인권보호관으로 임명돼 검찰 주요 업무에서 배제된다는 인식이 만연해 있다. 게다가 인권보호관 직제가 공식적이지 않아 업무추진비가 없고 인력 지원도 어렵다. 검찰 인사 때마다 인권보호관에 지원하는 검사를 찾기 어렵고, 억지로 발령 내면 사직하는 일이 반복되는 데에는 그런 까닭이 있는 것이다. 인권보호관의 이런 현실을 그대로 두고 볼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인권을 외면한 수사가 정의로울 수 없다. 검찰은 인권 보호가 본령이어야 한다. 하지만 지금처럼 인권보호관을 한직으로 취급해서는 인권 보호라는 검찰 본연의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도리어 국민에게 검찰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 따지고 보면 그동안 검찰 스스로 인권보호관 제도를 내부적으로 안착시키려는 노력이 부족했다고 할 수 있다. 제도가 시행된 지 6년이 지난 지금까지 인권보호관 직제조차 공식화하지 못하고 있으니 달리 변명의 여지도 없어 보인다. 인권보호관의 당초 취지를 살리고 제대로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하루빨리 근거 법령을 마련하는 등 제도적 보완에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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