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특검법' 거부권 행사에 여 "9일 재표결" 야 "2월 이후"
국힘, 법안 자동 폐기 속도전
의석 수 감안 부결 가능성 높아
민주, 권한쟁의 심판 청구 방침
본회의 표결 지연하려는 의도
대통령실 제2부속실 설치 검토
영부인 관련 잡음 차단 취지
윤석열 대통령이 ‘쌍특검법’에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임시국회 마지막 본회의인 9일을 앞두고 여야가 날카롭게 대치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9일 쌍특검법 본회의 재표결을 통해 법안을 폐기하겠다는 구상이지만, 더불어민주당은 이를 반대하고 있다. 민주당은 대통령이 배우자 관련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한 것은 이해충돌에 해당한다며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한다는 방침이다.
지난 5일 윤 대통령은 ‘김건희 특검법’과 ‘대장동 50억 클럽 특검법’ 등 이른바 쌍특검법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했다. 지난달 28일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 주도로 해당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지 8일 만이다. 헌법에 따르면 국회는 대통령이 한 번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을 본회의에서 다시 표결에 부칠 수 있고, 재표결 문턱을 넘지 못한 법안은 폐기된다. 재표결 시 가결 요건은 재적 의원(298명) 과반수 출석에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현재 야권 의석을 모두 합해도 약 180석 정도이기 때문에 가결까지는 20표가량 부족하다. ‘부결’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이 같은 상황 속 민주당은 권한쟁의 심판 청구 카드로 2월 이후로 쌍특검법 재표결을 미룰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민주당은 지난 5일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직후 국회 본청 앞에서 특검 법안을 함께 추진한 정의당, 기본소득당, 진보당과 함께 ‘김건희·50억 클럽 특검 거부 규탄대회’를 열었다.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는 “대통령과 대통령 가족들은 국민 앞에 죄가 없다면 죄가 없는 것을 떳떳하게 드러내는 게 더 좋다”며 “대통령은 그 기회를 스스로 걷어찼다”고 비판했다.
‘총선용 악법’이라는 대통령실 입장에 대해선 “너무도 황당하다. 법안은 지난해 4월 올라온 것으로, 진작 논의됐다면 이미 작년에 끝났을 사안”이라며 “총선 앞까지 끌고 온 것은 야당의 책임이 아닌, 정부·여당이 끝까지 특검을 외면하고 회피한 결과”라고 반박했다. 같은 당 권칠승 수석대변인도 브리핑에서 “쌍특검법 거부는 윤 대통령 스스로가 범인이고 윤석열 정부는 범죄 보호 정권임을 자인한 것”이라며 “국민과 역사는 김 여사의 안위만을 위한 대통령 권한의 사적 남용이며 반헌법적 폭거로 기억할 것”이라고 목소리 높였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윤 대통령의 쌍특검법 거부권 행사를 두고 법적 대응을 예고한 데 대해 “악의적 총선용 전략”이라고 거듭 비판했다. 김예령 대변인은 주말 논평에서 민주당의 거부권 권한쟁의심판 청구 전망과 관련해 “총선을 앞두고 특검법안을 무기삼아 대한민국 전체를 정쟁으로 물들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특검의 불씨가 꺼질세라 선거기간 내내 이슈 삼아 정치적 혼란만을 위해 이를 확산시켜 국민을 혼란에 빠뜨리려 하는 악의적 꼼수”라고 쏘아붙였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도 쌍특검법 표결을 늦춰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표결을 늦춘다는 것은 정치도의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헌법상 법안에 대해 재의요구권이 행사돼 국회로 오면 당연히 처음 본회의가 있는 날 표결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민주당을 압박했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도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힘을 실었다. 그는 “(거부권 행사는)너무나 당연하다”며 “방탄 성격이 있는 50억클럽 특검은 지금 진행되는 것(민주당 이재명 대표 재판)을 중지시키겠다는 것이다. 너무 속 보인다”고 지적했다.
한편,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의 부인인 김 여사 관련 업무를 전담하는 ‘제2부속실’ 설치를 검토하고 나섰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지난 5일 “국민 대다수가 설치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하면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영부인 관련 잡음을 차단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이르면 이번 주부터 제2부속실장 후보군 물색 등 후속 조치를 검토할 것으로 전해졌다. 명품가방 등 잇딴 논란에 김 여사는 공식 행보를 자제하고 있다. 대통령실도 여론 추이를 살피며 제2부속실 설치에 속도를 붙일 것으로 보인다.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