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서울 이송 논란… ‘적시·적소·적정 치료’ 의료전달체계 재정비론 급부상

김병군 기자 gun39@busan.com , 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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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격한 대학병원간 전원 기준 등
매뉴얼 재정립 필요 목소리 고조
경증환자 응급실 자제 등 여론도

지난 2일 부산 방문 일정 중 흉기에 피습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부산소방재난본부 헬기로 서울로 이송됐다. 이 대표가 서울 용산구 노들섬 헬기장에서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일 부산 방문 일정 중 흉기에 피습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부산소방재난본부 헬기로 서울로 이송됐다. 이 대표가 서울 용산구 노들섬 헬기장에서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서울 이송’은 오랫동안 논란이 돼 의료전달체계 문제를 다시 소환했다.

의료전달체계의 기본 원칙은 ‘적정한 시간에, 적정한 병원에서, 적정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것인데 전국 의료계에서 이 대표의 서울행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잇따르는 것은 이런 원칙을 무시한 결정이라는 점 때문이다. ‘가까이 있는 잘 하는’ 부산대병원을 내버려 두고 멀리 있는 서울대병원까지 갔다는 점에서 ‘지방의료 무시’라는 비난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실제로 부산대병원은 보건복지부가 주관한 권역외상센터 평가에서 2021~2022년 2년 연속 전국 1위를 했을 정도로 시설과 실력 면에서 전국 최고다. 반면에 서울대병원 외상센터는 서울시가 자체적으로 지정한 외상 최종치료센터로 ‘그레이드’가 다르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서울행을 선택했다는 점에서 지역 의료계의 자존심을 상하게 했고 이에 전국의 의사단체들도 이에 동조해 반대 성명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의료전달체계란 의료자원의 효율적 운영을 통해 ‘적시에 적정인에 의해 적소에서 적정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제도다. 그러나 의료기관 간 과다 경쟁으로 수도권 대형병원으로의 환자 쏠림 현상과 의료자원의 비효율적인 운영 문제가 줄곧 제기됐다. 그 결과 수도권의 소위 ‘빅5’ 병원으로 환자가 몰리고 지역의료가 붕괴 직전의 위기에 놓이게 된 것이다.

지금의 의료 현실은 1차 의료기관인 동네병원에서 진료를 본 후에 곧장 수도권 대학병원을 찾는 사례도 매우 빈번하다. 의료전달체계가 제대로 확립됐다면 1차 의료기관에서 진료를 본 후 2차 종합병원으로, 그래도 안 되면 지역의 3차 대학병원으로 가는 것이 순서다.

특히 의료계에서는 3차 의료기관 간 전원 문제에 대해 원론적이고 진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 전문가들은 타 지역 3차 의료기관으로 전원할 때는 반드시 환자가 거주하는 권역의 3차 의료기관 진료의뢰서를 첨부하게 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조석주 부산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지역의 대학병원에서 진료가 어려운 중증질환이나 희귀질환의 경우에만 진료의뢰서를 받아서 타 지역 대학병원으로 전원이 가능하게 해야 한다. 그래야 지역의 의료자원을 충분히 활용하고 불필요한 의료비를 낭비하지 않게 된다. 환자가 거주하는 권역의 3차 의료기관을 거치지 않고 바로 타 지역 3차 의료기관을 찾는 환자는 전액 본인부담금으로 치료를 받게 하는 방안도 검토해 볼 만하다”고 제안했다.

아울러 다른 의료기관으로 전원 할 때 보내는 병원과 받는 병원, 그리고 환자가 포함된 3자 간 합의 구조가 정교하게 다듬어져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응급실 뺑뺑이’가 없어지려면 경증 환자의 응급실 이용을 제한하는 매뉴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또 2012년에 폐지된 1339(응급의료정보센터)를 부활하자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1339는 응급의료의 핵심 업무 중 하나인 최종 진료가 가능한 병원 간 전원 업무를 담당함으로써 이송 중 일어나는 사망사고를 방지하는 데 큰 역할을 담당했다.

우봉식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장은 “응급실 뺑뺑이는 의사 수 부족 때문이 아니라 응급의료체계의 문제라고 볼 수 있다. 경증환자의 응급실 이용을 억제하는 매뉴얼을 구축하고 1339 부활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의료전달체계란?

특정 병원에 환자가 집중되는 현상을 막기 위해 1차 의료기관인 의원과 병원을 거친 다음에 종합병원(2차)이나 상급종합병원(3차)으로 가도록 하는 제도. 의료자원 효율적 운영 차원에서 도입됨.


김병군 기자 gun39@busan.com , 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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