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은 바로 지금, 배낭 메고 떠날 때! [청바지의 여행도전] ①
<청바지의여행도전 ① 프롤로그>
행복한 인생 위해 여행은 필수품
삶에 활기 불어넣어 주는 비타민
늦은 때는 없다는 금언 되새기며
‘신중년’에게 유럽 자유여행 권장
“여름에 배낭 메고 유럽으로 자유여행 다녀올까?”
2006년 봄 무렵이었다. 저녁 식사 자리에 모인 가족에게 이런 이야기를 꺼냈다. 가족 4명이 배낭을 메고 유럽에 자유여행을 가자는 것이었다.
기자는 40대부터 해외여행의 매력에 푹 빠졌다. 중국을 시작으로 일본, 홍콩까지 가족과 함께 여러 차례 여행을 다녔다. 말이 전혀 통하지 않는 외국은 정말 이색적이었고 음식은 특이하고 새로웠다. 그렇게 여행 경험이 쌓여가자 새로운 곳으로 가고 싶었다. 그래서 유럽을 생각했던 것이었다. 아이들은 무척 좋아했지만 아내는 돈과 건강 그리고 가까운 아시아가 아니라 먼 유럽에 간다는 것 때문에 걱정부터 했다.
철저한 준비를 거쳐 배낭을 메고 여행용 캐리어 가방을 끌고 유럽으로 떠난 것은 아이들의 방학기간인 8월이었다. 발에게는 힘들고 불편하지만 머리와 가슴에게는 정말 즐거운 보름간의 배낭여행이었다. 아내와 두 아이는 첫 유럽여행을 다녀온 뒤 “정말 환상적이었고 행복했다”고 기뻐했다. 우리는 이후 유럽 자유여행 마니아가 됐고 거의 해마다 배낭을 멨다. 가족여행 8번에 출장까지 합치면 거의 스무 차례 가까이 유럽에 갔다.
13세기 이슬람 수피 철학자 루미는 ‘여행은 삶에 활력을 주고 삶을 사랑하게 한다’고 역설했다. 그의 말대로 기자와 가족에게 여행은 생활에 생기를 불어넣어주는 비타민이다.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주는 황금빛 나락이다.
기자에게만 그런 것은 아니다. 동서고금,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여행은 행복하고 아름다운 인생을 위해 필수불가결한 요소였다. 많은 사람이 여행을 사랑했고 배낭을 메고 새 길을 찾아 나섰다. 여러 철학자, 지식인이 여행의 의미를 설명한 글을 남겨 동시대인이나 후세에 전한 것은 여행이 정말 중요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많은 책을 읽고 많은 이야기를 들어도 직접 여행을 가서 보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다.
이슬람 창시자 무함마드는 ‘내게 얼마나 교육받았느냐고 묻지 말고 얼마나 여행했는지 물어보라’고 설파했다. 4~5세기 기독교 신학자 성 오거스틴은 ‘세상은 책이다. 여행하지 않는 것은 책을 한 쪽만 읽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여행하지 않은 사람은 인생의 가치를 모른다’는 무어인 속담도 있다.
유럽 자유여행을 다니면서 언제나 부러웠던 것은 유럽인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많은 나라를 왕성하게 돌아다닌다는 사실이었다. 나이 지긋한 노인이 혼자서, 또는 백발이 성성한 노인 부부가 손을 꼭 잡고 여행하는 모습은 그중에서도 특히 부러웠다.
그런 노부부는 한둘이 아니었다. 지난해 오스트리아 빈에서 만난 한 부부는 종이 지도를 들고 행선지를 찾고 있었다. 젊은이들은 스마트폰의 구글 지도로 손쉽게 목적지를 찾지만 그들에게는 그렇게 편리하게 서둘러 갈 생각이 없어 보였다. 체코 체스키 크룸로프의 숙소 앞 광장 벤치에서는 다른 나라에서 와서 서로 처음 보는 두 노인 부부가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봤다. 다들 빨리 걷지 못하지만 느긋하게 돌아다니다 한가롭게 쉬면서 인생을 즐기는 모습이었다.
행복이 넘쳐흐르는 그들의 얼굴은 ‘너무 늦은 때는 없다. 지금이야말로 여행을 떠날 때’라고 했던 ‘나니아 연대기’의 작가 C.S.루이스와 ‘인생에서 지쳤다면 다른 곳으로 여행을 떠나라’고 했던 고대 로마 시대 철학자 세네카의 조언을 떠올리게 했다.
기자는 이제 정년퇴직을 3년 앞두고 있다. 퇴직은 ‘직장 생활의 끝’이고 ‘인생 자유의 시작’이라는 어느 네티즌의 말을 상기하면서 퇴직 이후 부부끼리 유럽의 노인 부부처럼 유럽을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계획을 세운다. 일단은 “1년에 한 번은 지금까지 가보지 못한 곳을 여행하라”는 티벳의 종교 지도자 달라이 라마의 조언을 실천하는 게 목표다.
부부만의 유럽 자유여행을 앞두고 40~50대 때의 여행 준비, 실제 다녀온 경험을 정리해 소개하려고 한다. 글은 최대한 상세하게 쓸 생각이다. 여행을 떠나기 전 일정 잡기에서 시작해 행선지와 주제 정하기, 자금 마련 방법은 물론 항공권, 숙소, 교통 예약하는 요령 그리고 현지에서 여행을 다니는 단계까지 골고루 다룰 방침이다. 소매치기는 물론 바가지를 쓸 뻔했던 일 등 여행하면서 겪었던 각종 경험도 사례로 들 계획이다.
이 글로 도움을 주고자 하는 대상은 휴대폰으로 온라인 세상에서 사는 20~30대 젊은 층이 아니다. 아직도 ‘종이 세상’이 더 편한 50~70대, 즉 ‘청춘은 바로 지금(청바지)’이라고 외치는 ‘신중년 세대’다. 평생 국가 발전에 헌신하고 가족 부양에 애쓰느라 고생만 한 ‘베이비 붐 세대’는 물론 ‘586 세대’다.
친구, 지인을 데리고 자유여행을 떠날 준비를 하는 마음가짐으로 글을 최대한 성실하게 쓸 생각이다. 기대를 바란다.
남태우 기자 leo@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