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연극계 숙원사업 ‘연극전용극장’ 시작부터 ‘반쪽 극장’ 우려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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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 대학과 연계해 건립 방침
연극인 “공연장 사용 제약 발생”
건립 과정서 공론화 필요 목소리

지난해 4월 열린 제41회 부산연극제 모습. 부산일보DB 지난해 4월 열린 제41회 부산연극제 모습. 부산일보DB

부산시가 지역 연극계의 숙원사업인 ‘연극전용극장 건립’을 대학 공연장과 연계해 추진하기로 하면서 연극계에서는 반대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학의 학사일정 등에 얽매여 극장 운용이 제한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현장 일각에서는 “부산에서 유일한 연극전용극장이 시작부터 ‘반쪽짜리 극장’에 그쳐서는 안 된다”며 공론화를 강조했다.


10일 부산시에 따르면 연극전용극장 건립을 추진 중인 부산시는 최근 부산 대학가와 극장 건립 논의를 진행 중이다. 새로운 공연장을 짓는 대신 대학에 설치된 공연장을 리모델링해 연극전용극장으로 활용하겠다는 게 부산시의 구상이다. 부산시는 공연장 리모델링을 위해 예산 15억~20억 원 상당을 투입할 예정이다.

이러한 소식이 알려지자 일선 현장에서는 연극전용극장을 대학 공연장과 연계하면 자칫 ‘반쪽짜리 극장’에 그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학교 측이 학사일정 등을 이유로 극장 이용을 제한하면 공연을 마음대로 할 수 없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그러면서도 극장 건립 자체가 무산될 수 있다는 걱정으로 속앓이를 하는 신세다.

한 연극계 관계자는 “연극인들이 자유롭게 운영하고 관리하는 게 극장 건립 취지에 맞다. 공연장 건립에 큰돈을 들이지 않더라도 독립적인 공간이 마련되는 게 우선이다”며 “현장에서 활동 중인 연극인들이 참여해 극장을 어디에 어떻게 지을 것인지에 대해 논의하는 공론화 과정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부산시가 정말 지역 문화계를 키우고 싶은 의지가 있다면 땅을 하나 내어주고 그곳에 공연장을 건설하는 방법을 검토해 볼 수 있을 것”이라며 “건물이 크고 외관이 화려한 것보다 무대·조명시설 등이 잘 갖추어진 극장 건립이 중요하다. 전국에 연극전용극장 모범 사례가 많은데 이를 함께 연구해 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연극전용극장 건립은 부산 연극계의 오래된 염원이다. 40년 넘게 연극제가 운영되는 부산에는 아직 연극전용극장이 하나도 없다. 이 때문에 연극인들은 공연이 가능한 극장을 찾아 헤매고 비싼 대관료를 지급하면서 연극을 무대에 올렸다. 다행히 지난해 4월 열린 부산연극제 개막식에 참석한 안병윤 전 부산시 행정부시장이 연극전용극장 건립을 언급하면서 논의가 본격화됐다. 부산시는 지난해부터 부산의 한 대학과 극장 건립 논의를 진행했지만 최근 해당 대학이 학사일정에 차질이 생긴다는 이유로 극장 건립에 난색을 보이면서 대체지를 찾는 중이다.

부산시 측은 2026년 대한민국연극제 개최를 앞두고 연극전용극장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며 연극협회와 계속 소통하고 있다고 밝혔다. 부산시 관계자는 “대한민국연극제가 2026년 개최 예정이라 신규 건립은 조금 빠듯하지 않겠느냐는 의견도 있었다. 연극제 개최 이전까지 대학과 연계한 극장을 완공하고 장기적 방향으로 극장 신규 건립을 검토 중”이라면서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해 민간극장이 많이 모여있는 남구, 수영구를 중심으로 사업지를 찾는 중인데 논의가 진전되는 대로 연극협회, 전문가가 함께하는 자리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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