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지자체 “경부선 지하화 우리부터”… 부산, 사업성 확보가 관건
부산·서울·인천·대구·대전 5곳
국토부 종합계획 반영 경쟁 후끈
비수도권 중 일반철도 비교 우위
땅값 안 비싸 사업비 마련이 변수
부산 원도심 부흥의 획기적 전기가 될 경부선 철도 지하화 사업이 국회의 특별법 통과(부산일보 10일 자 1·3면 보도)로 법적 근거를 마련하면서 사업에 속도가 붙게 됐다. 관건은 5개 지자체가 뛰어든 이 사업에 부산의 경부선 노선이 순조롭게 선정될 수 있느냐 하는 것인데, 부산시는 사업성과 정책 효과 등 여러 요인을 감안할 때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보고 관련 절차에 만전을 기하겠다는 방침이다.
10일 부산시 등에 따르면 철도 지하화 사업에는 전국에서 5개 지자체가 저마다 최적지라고 주장하며 의욕적으로 나섰다. 서울은 경부선과 경인선을 비롯한 6개 국철 노선 지상 71.6km 구간이 대상으로, 관련 사업에 23조 8500억 원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된다. 인천은 경인전철 인천역~부개역 14km 구간을 9조 5000억 원을 들여 지하화 한다는 계획이다. 대전은 경부선 회덕역~세천역 18.5km와 호남선 조차장역~가수원역 14.5km 구간(사업비 6조 원)을, 대구는 서구부터 수성구까지 총 14km 구간 경부선과 KTX가 지나는 경부고속철도를 통합 지하화(8조 원) 하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부산은 총 사업비 7조 3500억 원을 들여 경부선 화명역~가야 차량기지 10.7km 구간을 지하화하고, 부산진역~부산역 2.3km 구간은 인공지반으로 덮어 단절된 도심을 잇고 유휴부지와 역세권 일대를 개발해 원도심 부흥의 기폭제로 삼겠다는 복안이다.
국토교통부는 내년까지 철도 지하화 통합개발 종합계획을 수립하고, 계획에 반영된 노선에 대해 2026년부터 관할 지자체와 기본계획을 세워 본격적으로 사업을 진행하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어느 노선을 사업 대상으로 삼을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부산시는 경제성과 정책성, 낙후 지역 개선을 통한 도심 균형발전 등 파급효과를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비수도권 지자체 중에서는 선정 경쟁에서 가장 앞서 있다며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정임수 부산시 교통국장은 “대전이나 대구의 경우 KTX 노선을 지하화하는 것이기 때문에 사업 진행 과정에서 열차 운행 차질이나 우회 노선 신설 필요성 등 적지 않은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며 “반면 부산은 화명역에서 가야 구간까지 기존 노선을 운영하면서 지하에 새로 직선화 철로를 놓는 방식이어서 열차 운행과 무관하게 사업을 진행할 수 있고, 운행 시간도 단축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부산 양대축’으로 대변되는 윤석열 정부의 ‘지방시대 어젠다’와 맞물려 부산이 선도적으로 2021년부터 철도 지하화 추진 필요성을 강력히 요구해 정부 국정과제에 반영시킨 점 역시 강점으로 꼽힌다.
하지만 땅값이 비싼 서울과 달리 민간 사업자가 부산 노선의 지상 용지 개발 수익으로 철도 지하화를 위한 자금을 마련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도 나온다. 부산시가 진행한 관련 용역에서는 비용 대비 편익이 0.58에 그쳐 사업성이 없다는 결과가 나왔다. 부산시도 낮은 사업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초기 사업비 지원을 지속적으로 요청했지만, 특별법에는 반영되지 않았다.
철도 지하화 사업이 순항하기 위해서는 규제 해소와 함께 용지의 용도와 용적률, 건폐율을 최적으로 맞춰 사업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 국장은 “부산진역~부산역 구간 역시 북항 재개발로 일대가 활성화되면 용지의 활용 가능성과 가치가 높아져 충분히 사업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신공항 건설을 둘러싼 갈등처럼 철도 지하화 사업 선정을 놓고 지자체 간 과열 경쟁이 벌어질 경우 정치적 요인이 변수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박태우 기자 wideney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