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형제복지원 국가 배상 항소…피해자 “우릴 몇 번 죽이나”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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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지난 10일 항소장 제출
법원 1심서 손해배상 145억 인정
피해자 “몇 푼 깎으려는 모습 처참”

지난달 21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에서 재판을 마친 형제복지원 사건 피해자들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21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에서 재판을 마친 형제복지원 사건 피해자들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최소 657명이 목숨을 잃고 각종 인권 침해가 자행된 ‘부산 형제복지원 사건’ 피해자에게 국가 배상 책임을 인정한 1심 판결에 항소했다. 피해자들은 “국가는 대체 우리를 몇 번 죽이나”며 반발했다.

법무부는 지난 10일 형제복지원 피해자 26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의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장을 제출했다.

지난달 21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9부(부장판사 한정석)는 “국가는 피해자에게 수용 기간 1년당 8000만 원을 기준으로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항소 기한은 11일까지였는데, 정부는 기한을 하루 앞두고 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했다.

법무부는 항소 이유에 대해 “다수의 비슷한 사건이 소송 중이라 이번 판결이 다른 사건의 선례가 될 수 있다”며 “배상액의 적정성, 관계자 간 형평성 등에 대해 상급심 판단을 받을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1심에서 인정된 손해배상금은 1인당 8000만 원에서 최대 11억 2000만 원까지다. 총 청구 액수 203억 원 가운데 70%가 넘는 145억 8000만 원을 인정했다. 이 판결은 형제복지원 피해자가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다수의 손해배상소송 가운데 선고가 나온 첫 판단이었다.

원고 측은 즉각 반발했다. 형제복지원 서울·경기 피해자협의회 이향직 대표는 “형제복지원 사건 첫 번째 선고에 대해 정부가 항소했는데, 배상금 몇 푼 깎고자 하는 모습을 국민이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다”며 “형제복지원 피해자들을 몇 번을 죽이는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 “피해를 입은 당사자 분들이 죽고 싶다고 소리 지르는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원고들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형제복지원 사건은 1960년 7월 형제육아원 설립부터 1992년 8월 20일 정신요양원이 폐쇄되기까지 경찰 등 공권력이 부랑인으로 지목된 사람들을 민간 사회복지법인이 운영하는 형제복지원에 강제수용한 사건이다.

2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는 지난해 8월 형제복지원 사건을 국가의 부당한 공권력 행사에 의한 중대한 인권침해 사건으로 판단했다.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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