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기준금리 3.50% 동결
“최소 6개월 이상 인하 어려워”
올해 하반기에나 인하 전망

한국은행이 올해 첫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 본회의에서 기준금리를 3.50%로 동결 결정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가 11일 서울 중구 한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금리 결정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은행이 올해 첫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 본회의에서 기준금리를 3.50%로 동결 결정했다. 지난해 2월 이후 8회 연속 동결이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험과 경기 침체 우려를 감안하면 기준금리를 낮춰야 하지만, 꺾이지 않는 가계부채와 물가가 발목을 잡은 것으로 풀이된다.

한은 금통위는 11일 금통위 회의를 열고 현재 기준금리(연 3.50%)를 조정 없이 동결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금통위 이후 기자들과 만나 “물가 둔화 추세가 지속되고 국제유가, 중동 사태 등 해외 리스크가 완화됐다”며 “이날 금리 동결은 금통위원 전원 일치 의견으로 결정됐다”고 전했다.

한은이 8연속 기준금리를 동결 결정한 것은 복잡한 경제 상황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부동산PF·물가·경제성장·가계부채 등이 복잡하게 얽혀있기 때문이다.

한은(2.1%)과 정부(2.2%)는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2%를 웃돌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주요 민간 기관들은 올해 고금리와 물가 등에 따른 소비 부진 영향에 2년 연속 1%대 성장이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고금리 장기화의 부작용으로서 부동산PF 등 취약 부문에서부터 태영건설 유동성 위기와 같은 대출 부실 사태도 속출하고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기준금리를 인하해야만 하지만, 여전히 불안한 물가와 높은 수준의 가계부채가 한은 입장에서는 딜레마다. 실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2월(3.2%)까지 다섯 달 연속 3%를 웃돌았다. 전체 은행권 가계대출도 작년 4월 이후 12월까지 9개월 연속 늘어났다.

이 총재는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해 “금통위원들은 현시점에서 금리 인하에 대해 논의하는 것 자체가 시기상조라 생각한다”며 “상황을 보면서 판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금리 인하가 경기를 부양하는 효과보다 부동산 가격 상승을 자극할 수 있는 부작용이 더 크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면서 “물가상승률이 목표 수준으로 수렴할 것이라는 확신이 들 때까지 통화 긴축 기조를 충분히 장기간 지속함으로써 물가 안정을 이뤄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사견을 전제로 “최소 6개월 이상은 기준금리 인하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태영건설 워크아웃 신청으로 불거진 부동산 PF 부실 우려와 관련해 “시장 안정이 불안한 상황은 아닌 만큼 한은이 나설 때는 아니라고 판단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태영건설 사태가 부동산이나 건설업의 큰 위기로 번져 시스템 위기가 될 가능성은 작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한은의 기준금리 동결 행진이 올해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후 미국의 피벗(통화정책 전환)과 함께 하반기부터 한은의 금리 인하도 시작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키움증권 안예하 선임연구원은 “미국은 내년 2분기부터 정책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며 “한국의 경우 상반기 급격한 경기 둔화가 없을 수 있어 7월쯤 인하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한편 이 총재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상장을 승인한 데 대해서는 “비트코인이 확실히 하나의 투자 자산으로 자리 잡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또 정부의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 정책에 대해서는 “미래에 늘어날 부동산 공급에 대한 계획을 미리 알려줌으로써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킨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