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훈의 시그니처 문화공간 이야기] 독일 바덴바덴 '프리더 부르다'에서 만나는 니콜라스 파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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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라스 파티의 '스틸 라이프'(2023). 이상훈 제공 니콜라스 파티의 '스틸 라이프'(2023). 이상훈 제공

부산 시민들의 열렬한 기대와 달리 지난해 11월 파리에서의 낭보는 들리지 않았다. 40년 전 독일의 온천 도시 바덴바덴(Baden-baden)의 기적이라는 이름으로 불과 10개월 유치 활동 끝에 경쟁 도시였던 나고야를 물리치고, 이끌어낸 88 서울올림픽과 같은 반전 드라마는 없었다. 인구 5만의 작은 도시 바덴바덴은 우리에게는 이렇게 기억되는 도시이다.

바덴(Baden)이라는 말 자체가 ‘온천’이라는 의미의 독일어로 바덴바덴은 ‘바덴주의 바덴’이라는 뜻이다. 독일 슈바르츠발트 산지 북서쪽 기슭에 위치한 이곳은 로마제국 시대부터 온천으로 알려져 수많은 중세 시대의 유적지가 있는 휴양 도시이자 세계 최초의 카지노가 생긴 곳이기도 하다.

오늘날 바덴바덴은 더 이상 온천 도시나 도박을 즐기는 레저 도시가 아니라 유럽 최고의 문화도시로 자리매김했다. 그 시작은 1988년 개관한 2500석 규모로 독일 최대의 축제극장(Baden-baden Festspielhaus)이다. 오래된 기차역이 축제극장으로 탈바꿈했는데, 유럽 최고 수준의 오페라와 공연이 시즌마다 올라가고 있다. 2004년부터는 프리더 부르다(Frieder Burda) 미술관이 개관하면서 독일 서남부 아니 전 유럽을 대표하는 현대 미술관으로 우뚝 섰다. 건축계의 노벨상이라 불리우는 프리츠커 상을 수상한 리차드 마이어의 대표작 중 하나이기도 하다. 인근에 온천 도시들이 줄지어 생기면서 도시가 쇠락할 무렵 바덴바덴은 문화로 패러다임을 전환한 것이다.


니콜라스 파티 전시가 열리고 있는 독일 바덴바덴의 프리더 부르다 미술관 외관. 이상훈 제공 니콜라스 파티 전시가 열리고 있는 독일 바덴바덴의 프리더 부르다 미술관 외관. 이상훈 제공

독일 바덴바덴 ‘프리더 부르다’에서 만나는 니콜라스 파티 작품 'Tree'(2023). 이상훈 제공 독일 바덴바덴 ‘프리더 부르다’에서 만나는 니콜라스 파티 작품 'Tree'(2023). 이상훈 제공

독일 바덴바덴 ‘프리더 부르다’에서 만나는 니콜라스 파티 작품들. 이상훈 제공 독일 바덴바덴 ‘프리더 부르다’에서 만나는 니콜라스 파티 작품들. 이상훈 제공

출판과 인쇄업으로 성공한 프리더 부르다는 1968년 카셀 도큐멘타에서 루치오 폰타나의 빨간색 절단 그림을 시작으로 그만의 컬렉션을 만들면서 미술품 수집가의 길을 걷게 되었다. 처음에는 집이 있는 프랑스 무쟁(Mougins) 근교에 세울 계획이었으나, 계획을 바꾸어 바덴바덴에 미술관을 열게 되었다. 건축비만 2000만 유로(당시 환율로 약 300억)가 소요됐으며, 피카소의 후기 걸작부터 게르하르트 리히터, 시그마 폴케 등 독일의 전후 예술가들 주요 소장품이 포함됐다. 이어서 막스 베크만, 게오르그 바젤리츠까지 700여 점의 컬렉션으로 확장했다.

지난해 11월 4일부터 다음달 18일까지 프리더 부르다에서는 현대 미술계의 슈퍼스타인 니콜라스 파티의 ‘내일이 오면(When Tomorrow Comes)’ 전시가 열리고 있다. 파티는 공원 풍경 한가운데 위치한 미술관을 하나의 거대한 캔버스로 인식해 액자 프레임이 아닌 건축물의 흰 벽에 직접 그림으로써 건물과 작품이 하나의 무대처럼 인식되게 만들었다. 이를 위해 작가는 한 달간 미술관에 머물면서 벽면에 벽화를 그리듯 체류하면서 그렸다고 한다. 니콜라스 파티 개인전은 오는 9월 호암미술관에서 국내 처음으로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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