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부산예총회장의 회고 변명 단상
최상윤 씨 수필집 칼럼집 출간
사건들 해명… 은사들 거명해
최상윤(83) 동아대 명예교수가 수필집 <둔석의 같잖은 소리와 멍울소리>(세종출판사)를 냈다. 그는 부산문인협회장에 이어 2000년대 들어 12년 최장의 부산예총회장을 지냈던 문화계 보수 인사다.
40여 편 글을 실은 수필집에서 ‘예총회장을 너무 오래 한다’는 얘기를 들었으나 그는 “부산시 문화행사의 대소사를 맡고, 예산 끌어대느라 죽을 맛인 경우가 많았다”고 회고한다. 예총회장 당시와 임기 이후 그가 연루된 ‘이메일 사건’과 ‘부산문화재단 이사장 임명과 사퇴 사건’에 대한 나름의 해명과 변명도 써놨다. 사건 당시 그것들은 상당한 파장과 논란을 불러일으켰는데 그만큼 그는 문제의 중심에 있기도 했다. 그는 한때 부산문인협회의 회원 늘이기를 편들었으나 어느새 그 회원 수가 3~4배로 너무 팽창해 문인의 질적 저하를 경계해야 한다는 우려의 글을 ‘같잖은 소리’에 실어놨다.
그는 잊을 수 없는 은사들을 꼽고 있다. 그의 순우리말 사랑과 구사는 상당한데 교대에서 동아대로 편입학한 시절, 전율로 몸서리치게 하던 강의를 한 외솔 최현배에게서 영향 받았다고 한다. 세인들에게 ‘최상윤의 대부’로 불린 파전 김무조는 학문의 길을 터주면서 상견례 자리에 나서 사생활까지 챙겨준 군사부일체의 스승이라고 한다. ‘모난 돌은 땅속에 은둔하고 있어라’는 뜻의 호 ‘둔석(遁石)’을 내려준 이도 파전이었다고 한다.
문학관 형성에 결정적 영향을 주면서 사용하던 의자마저 물려준 요산 김정한, 어려운 고빗길에 허덕일 때마다 말없이 도와준 청천 강용권, 남들 앞에선 칭찬을 아끼지 않았으나 잘못이 있을 때 여지없이 일깨워준 두메 박지홍을 평생을 통해 잊을 수 없는 스승으로 회고하고 있다.
벗, 문우, 피붙이 특히 지난해 작고한 그의 부인을 생각하며 수필집을 묶었다고 한다. 그는 부산 문화와 관련한 진단, 단상 40여 편을 묶은 칼럼집 <예술문화에의 볼멘소리와 헛소리>도 함께 냈다.
최학림 기자 theos@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