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불황에 부산 지역 노동자 임금 체불도 늘어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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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1월 865억 원
전년 동기 대비 12% 증가
설 앞두고 부산시 점검 나서

지난해 12월 27일 민주노총 부산본부는 부산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건설 기계 노동자의 임금 체불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라고 촉구했다. 민주노총 부산지역본부 제공 지난해 12월 27일 민주노총 부산본부는 부산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건설 기계 노동자의 임금 체불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라고 촉구했다. 민주노총 부산지역본부 제공

지난해 10월 부산 남구 한 체육시설 건설 현장에서 일하던 50대 노동자 A 씨는 임금 500만 원을 받지 못했다. 시공사가 공사를 마무리하지 않고 잠적했기 때문이다. A 씨와 같은 피해 건설노동자는 17명. 이들이 떼인 금액은 지난해 8~10월 3달 동안 약 7000만 원 정도인 것으로 현장 관계자들은 파악하고 있다. 현장에서 일한 한 건설노동자는 “단기간 일한 건설노동자까지 하면 피해액이 더 많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일을 하고도 돈을 받지 못하는 임금체불 사례가 증가하면서 설 명절을 앞둔 부산 노동자들의 한숨은 깊어지고 있다. 최근 유동성 위기에 처한 태영건설 공사현장 협력업체를 비롯해 건설 현장을 중심으로 노동자 임금체불 우려가 커지면서 지자체도 점검에 나선다.

15일 부산고용노동청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부산 지역 체불 임금 액수는 865억 원으로 2022년 동기 대비(773억 원) 11.9% 증가했다. 지난해 부산 지역 사업장에서 임금을 제때 받지 못한 노동자는 1만 4391명으로, 2022년 동기 대비(1만 6741명)보다 줄었다. 피해 노동자는 감소했지만 떼인 금액은 더 많아진 것이다.

최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로 유동성 위기를 맞은 태영건설을 중심으로 건설 현장 임금체불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하청업체들은 태영건설이 발급한 외상담보채권, 즉 어음을 담보로 은행에서 돈을 받았는데, 여파로 하도급 업체는 어음을 현금화하는 데 어려움을 겪으면서 임금 지급이 미뤄지고 있다는 현장 증언이 나왔다. 여기에 부동산 경기 침체와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공사비가 증가했고 건설업에서 특히 임금체불이 늘어났다는 평가다.

임금체불 우려가 커지면서 지자체도 이달 말 건설노동자 임금체불을 예방하기 위해 민·관 합동 현장점검에 나선다. 합동점검반은 첫 번째 점검 대상으로 태영건설 사업장을 꼽았다.

부산시는 이달 31일부터 2월 2일까지 총 3일간 설 명절 대비 임금체불 예방 점검을 실시한다. 시를 비롯해 기초자치단체와 전문건설협회 등 70여 명으로 구성된 '민·관 합동점검반'이 관내 건설 현장 155곳을 직접 방문해 점검한다.

합동점검반은 지역 하도급률이 저조하고 공정 초반인 사업장을 선정해 현장 점검을 진행한다. 노동자 임금체불 실태와 공사현장 하도급대금 체불, 건설기계 대여대금 미지급 등 불공정 행위에 대해 살핀다. 점검 대상은 △어반센트데시앙 공동주택 신축공사(태영건설) △북항 환승센터(협성종합건설) △문현제일지역주택조합 신축공사(롯데캐슬) △낙민동 공동주택 신축공사(반도건설) △연산5구역 재개발 신축공사(HJ 중공업) 등 총 5곳이다.

이번 점검에서 발견되는 위반 사항에 대해서는 사안의 경중에 따라 현지 시정 또는 영업정지, 입찰 참가 제한 등의 행정조처를 할 예정이다. 부산시 건설행정과 관계자는 “최근 태영건설 등 건설업 현장 위주로 임금체불 위기감이 특히 높아졌다. 하도급 계약서 지급내역, 원자재 가격 하도급 책임 전가 등을 중점적으로 살필 예정”이라며 “명절을 앞두고 진행하는 특별점검뿐만 아니라 정기적으로 임금체불 등 관련 현장점검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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