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후죽순 유사 ETF 안 돼" 한국거래소, 신상품 보호 돌입
개발욕구 고취·시장 활성화 차원
상장 규정 시행세칙 개정 나서
기준 통과 땐 반 년간 독점 상장
ETF 시장 퇴화 가능성 우려도
한국거래소가 자격 기준을 통과한 ‘신상 ETF’에 한해 6개월간 독점 상장 권한을 부여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상장지수펀드(ETF) 제도 개선에 나선다. 새로운 ETF가 시장에 출시된 이후 유사 ETF가 우후죽순 등장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해 ETF 개발 의욕이 꺾이는 일을 막고 시장을 활성화하는 취지다. 이 과정에서 신상 ETF 기준에 대해 세밀한 심사 기준이 적용될 것으로 보여 시장에서 실효성을 두고는 의견이 나뉜다.
15일 증권가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이달 중으로 ETF 신상품 보호 제도 개선을 위한 상장 규정 시행세칙 개정에 나선다. 현재 ETF 신상품 보호 제도는 기존 상장한 ETF와 신규 ETF의 구성 종목 중복 비율이 주식·채권을 포함한 경우 80% 미만, 포함하지 않은 경우 50% 미만일 때 신상품으로 인정하도록 규정한다. 거래소는 바뀐 세칙에서 신상 ETF에 대한 기준을 높이는 대신 독점 상장권을 부여하기로 했다. 바뀐 세칙에 따른 신상 ETF 평가에는 정량 평가에 더해 정성 평가를 도입한다. 정성 평가는 독창성, 창의성, 기여도 3가지 항목으로 평가를 진행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평가는 결정 과정의 객관성·공정성 확보를 위해 거래소 내부 인사로 구성한 ‘신상품 심의회’가 진행한다.
거래소가 이같은 제도 개선에 나선 것은 유사 ETF의 대거 등장으로 증권사의 ETF 개발 욕구가 저하된 데 따른 것이다. 지난해 4월 25일 신한자산운용은 기존 2차전지 ETF와 다르게 배터리 제조사인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이노베이션을 제외한 에코프로, POSCO홀딩스 등 소재·장비·부품기업에 집중 투자하는 ‘SOL 2차전지소부장Fn’ ETF를 상장했다. 당시 에코프로를 중심으로 2차전지 소재주에 대한 투자자의 관심이 높았던 상황에서 해당 ETF는 상반기 개인 순매수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약 2달 뒤인 7월 4일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이 ‘KODEX 2차전지 핵심소재 10 Fn’, ‘TIGER 2차전지소재 Fn’ 등 2차전지 소재기업에 투자하는 ETF를 연이어 상장하면서 2차전지 ETF 전반의 성장세가 둔화되는 등 악영향을 초래하기도 했다.
국내 출시 20주년을 맞은 ETF는 연금 시장 등에서 투자자들의 대표 투자 상품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연금저축(개인연금) 및 개인형퇴직연금(IRP) 계좌에서 통상적인 투자 방식인 펀드가 차지하는 비중은 빠르게 줄고 있다. 펀드의 자리를 ETF가 대신하고 있다. 특히 20~30대 젊은 층은 이미 계좌 내 ETF 보유 비중이 펀드를 넘어섰다. 투자자들이 펀드 대신 ETF를 선택하는 움직임이 가속화하자 증권가도 ETF 시장 선점에 공을 들이는 모습이다. 15일 기준 국내 ETF 종목 수가 812개에 달하는 등 시장 규모는 매년 커지고 있다.
거래소의 파격적인 6개월 독점 상장의 실효성을 두고는 시장의 전망은 엇갈린다. 거래소가 신상 ETF에 대한 평가를 엄격히 하는 취지에는 모두가 공감하지만 평가 기준을 보수적으로 책정해 자칫 기준 탓에 ETF 시장이 퇴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엄격한 기준 탓에 신상 ETF 출시가 역설적으로 둔화되는 현상은 거래소가 풀어야 할 숙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역의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시장성 중심으로 ETF가 출시되면서 차별성이 사라졌다”며 “독점 상장되는 ETF가 많지는 않겠지만 시장 전반의 자정에는 긍정적 변화로 본다”고 말했다.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