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프라·투자·인재’ 패키지로 경기 남부 집중 지원
수도권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2047년까지 16개 팹 새로 입주
시스템·메모리 반도체 투자 유도
대규모 전력 수요 대비책도 마련
생태계 조성에만 치중 지역 소외
동남권 비메모리 분야 육성 숙제
반도체 산업도 양대 축 구축해야
정부가 15일 윤석열 대통령이 주재한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 토론회’에서 발표한 ‘세계 최대·최고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 조성 방안’은 한 마디로 경기 남부 일대에 구축될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에 삼성전자 등 민간기업이 집중 투자하도록 인프라·투자 환경 조성, 반도체 생태계 강화, 인재 확보 등을 패키지로 집중 지원하는 게 핵심이다.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는 평택, 화성, 용인, 이천, 안성, 성남 판교, 수원 등 경기 남부에 밀집된 반도체 기업과 기관을 한데 아우르는 개념이다.
■‘수도권 반도체 공화국’ 밀어주기
정부는 이번 민생 토론회를 계기로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의 모습을 한층 구체화했다.
현재 19개의 생산 팹과 2개 연구 팹이 가동 중인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에는 올해부터 2047년까지 622조 원의 민간 투자가 이뤄져 연구팹 3개를 포함해 모두 16개 팹이 새롭게 들어서게 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각각 용인 남사와 용인 원삼에 신규 조성 중인 시스템 반도체 클러스터와 메모리 반도체 클러스터 투자액이 360조 원, 122조 원으로 가장 많다. 또 삼성전자는 고덕 반도체 캠퍼스 증설에 120조 원을, 기흥 차세대 반도체 연구개발(R&D) 단지 증설에 20조 원을 추가 투자한다. 전체 민간 투자액 622조 원 가운데 삼성전자가 500조 원을 책임지는 셈이다.
정부는 고대역폭 메모리(HBM)를 포함한 최첨단 메모리와 2나노미터(nm) 이하 공정 시스템 반도체를 생산하는 세계 최고 수준의 반도체 생산 기지가 조성되도록 민간 투자를 집중 지원할 방침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대규모로 팹을 건설하는 용인 클러스터 한 곳만 수도권 전체 전력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10GW(기가와트)의 전력 수요가 예상돼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정부는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 건설에서 전력과 용수의 적기 공급이 관건인 만큼 인허가 타임아웃제를 비롯한 신속 처리 절차를 총동원해 투자 지연이 일어나지 않게 관리할 방침이다.
아울러 작년 반도체 투자 세액공제를 25%까지 확대한 데 이어 인센티브 확충과 킬러 규제 혁파로 투자 환경을 지속 개선할 예정이다. 올해 반도체 분야 정부 지원 예산도 1조 3000억 원으로 작년의 2배 이상으로 증가했다.
■동남권 전력반도체 클러스터가 대안
하지만 이번 대책에서 지방 대책은 눈씻고 봐도 찾아보기 어렵다. 메모리 반도체 산업 및 관련 기관이 경기 남부 일대를 중심으로 한 수도권에 밀집돼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산업의 수도권 집중에 따른 클러스터 효과도 있겠지만,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반도체 산업은 특성상 협력업체 기술들이 모여 이뤄지는 만큼 반도체 생태계가 만들어져야 한다.
지역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은 경기도 남부 일대에 집중된 메모리 반도체 산업에 대응해 남부권에 파워반도체 분야 등을 아우르는 비메모리 반도체 클러스터를 구축하는 게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반도체 산업 육성정책은 분산 정책이 아니고 우리나라 전체 반도체의 양대 축을 만드는 게 필요하다는 것이다.
수도권은 주로 메모리 반도체 분야인데 반해 부산·경남을 중심으로 한 동남권에서 주로 하려고 하는 것은 파워반도체 같은 비메모리 반도체 분야다. 파워반도체는 아직 초기시장 형성 단계이지만, 전기차 같은 고출력·고성 능 분야에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시설·장비로,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국가 간 경쟁력도 치열하다.
뿐만 아니라 수도권에 쏠려 있는 메모리 반도체의 경우도 국가균형발전 차원에서 반도체의 속성상 예비 시스템이 필요하다. 대기업들이 수도권 외에 동남권 등 일부 지역에도 메모리 반도체 공장 등 거점을 만들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동남권은 에너지 자급률, 인력 공급, 반도체 강소기업 등에 상대적으로 장점이 있다. 반도체 부품을 전부 비행기로 날라야 하는 상황에서 부산은 가덕신공항 건설에 따른 장점도 크다.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