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락가락 행정에 교실대신 체육관으로 내몰린 거제 장애 학생들
지역 유일 중증장애인 사립 특수학교
상반기 중 내진보강·스크링클러 공사
1학기 동안 체육관 임시교실서 수업
학부모 “학생 인권·학습권 침해” 반발
“가뜩이나 예민한 아이들을 체육관에 몰아넣겠다니요. 절대 안 됩니다.”
경남 거제지역 중증장애아 학부모들이 뿔났다. 교육 당국의 오락가락 행정에 새 학기 내내 멀쩡한 학사를 두고 체육관 임시교실에서 수업 받을 처지에 놓였기 때문이다. 학부모들은 학습권 침해는 물론 안전사고 우려도 크다며 대안 마련을 요구하고 나섰다.
거제교육지원청에 따르면 사립 특수학교인 거제애광학교는 올해 상반기 22억 원을 들여 학사 내진보강 공사와 스프링클러 설치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 중 내진보강은 2021년 3월 예산이 책정됐다. 이후 경남교육청, 거제교육지원청 등과 업무 협의 과정에 학교 이전 또는 신축 학사 재배치 방안 거론되면서 작년 5월 보류됐다. 그런데 검토 결과 사립학교는 이전 재배치 지원이 불가능한 데다, 타당성도 부족하다고 결론 났고, 한 달여 만에 다시 보강공사를 하는 것으로 선회했다.
학교 측은 뒤늦게 거제문화관광농원, 썬트리리조트, 거제문화예술회관 등 외부 대관을 추진했지만 장애인 편의 시설과 교구가 부족하고 통학거리도 늘어 무산됐다. 경남산업고의 모듈러교실 역시, 좁고 가파른 학교 용지 여건에 맞지 않았다. 결국, 체육관을 임시 학사로 활용하기로 했다. 실내에 칸막이를 설치해 임시교실 22곳과 본관동 외 교실 4곳, 치료지원실을 운영하는 방식이다. 이를 토대로 설계를 마치고 시공사도 선정했다.
학교와 교육청은 통학 차량을 종전 45인승 2대에서 25인승 3대로 늘리고, 체육관 정문까지 연장 운행해 학생 불편을 최소화하기로 했다. 학교 버스 승하차장에서 체육관까지는 걸어서 5분 이상 거리다. 또 전 학급에 공기청정기를 보급하고 야외 체육장 차광막, 휠체어 학생 탈의실, 세면대와 화장실도 추가로 설치한다. 이와 함께 오는 3~6월 1학기 등교 기간(수업일수 80일) 동안 현장체험학습, 수학여행, 실습 등 야외활동을 통해 밀집도를 낮추고 학사 일정도 조정할 계획이다.
하지만 학부모들은 학생 인권과 학습권 침해가 우려된다며 반발하고 있다. 1979년 설립된 거재애광학교는 지역에서 유일한 중증장애인 교육시설이다. 1992년 지금 학사를 신축했다. 현재 유치원, 초·중·고, 전공과를 합쳐 157명이 재학 중이다. 계획대로라면 공사가 진행되는 6개월 동안 120명 이상이 임시교실을 사용해야 한다. 실제 수업 일수는 3월 4일 개학부터 6월 28일 여름방학까지 80일이다.
학부모들은 “교사까지 합치면 200명 가까운 인원이다. 안 그래도 주변 환경에 민감한 아이들을 좁은 공간에서 몰아넣으면 안전이나 소음 부분에 많은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어떻게 원만한 수업을 기대할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분노한 학부모들은 학교 측이 마련한 설명회에서 ‘결사반대’ 머리띠를 두르고 대안 마련을 촉구했다. 한 학부모는 “이대로 공사를 강행하면 집단행동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학부모들의 반발이 커지자 정치권도 가세했다. 서일준 국회의원은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별도 대안을 마련하자”고 했다. 경남도의회 교육위원으로 활동 중인 정수만 도의원도 “교육 당국이 학부모들과 소통이 미흡했다. 확신이 없다면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짚었다.
반면 교육 당국은 지금으로선 체육관 임시교실이 최선이라는 입장이다. 거제교육청 관계자는 “‘칸막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지만 안전 기준에 따른 건설 구조물이고 천장도 설치한다”고 설명했다. 학교 측은 “학부모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학생의 학습권과 안전을 생각한 교육환경을 조성하겠다”고 강조했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