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형 워케이션’ 가로막는 고소득 외국인 맞춤형 비자

서유리 기자 yo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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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당 소득 연 8496만 원 기준
동남아 근로자 연봉엔 발급 난관
기업 연매출 등 제도 완화 필요

부산시청 전경. 부산일보DB 부산시청 전경. 부산일보DB

해외 기업의 근로자가 장기간 한국에 머무르며 업무와 관광을 즐길 수 있는 이른바 ‘워케이션’ 비자가 시범 운영되고 있지만, 개인 소득 조건이 높게 잡힌 탓에 지역 내 유치가 쉽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특히 워케이션을 통해 기업 이전 유치까지 목표로 하는 ‘부산형 워케이션’에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7일 부산시에 따르면, 법무부는 지난 1일부터 국내에서 장기체류가 가능한 ‘디지털노마드(워케이션) 비자’를 시범 운영하고 있다. 그동안 국내에서 워케이션을 하기 위해서는 관광비자를 발급받거나 무비자로 입국해 90일 이하로 체류할 수밖에 없었는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새로운 비자 제도를 마련한 것이다. 디지털·글로벌 추세에 맞게 원격 근무가 가능해지면서 유럽이나 중남미, 동아시아 등 관광 국가를 중심으로 워케이션 비자를 도입해 운영하는 곳이 늘고 있다.

법무부는 비자 발급 대상을 ‘해외 기업에 소속된 외국인으로서 원격근무가 가능한 자 중 1년 이상 동일 업종에 근무한 자와 그 가족’으로 한정했다. 그러면서 비자 발급 소득 요건으로 전년도 1인당 국민총소득(GNI)의 배 이상을 기준으로 마련했다. 2022년 기준 연 8496만 원(월 708만 원)을 충족할 경우에 비자 발급이 가능한 것. 고소득의 외국인이 국내 여러 지역에 머물도록 해 지역 관광에 활력을 불어넣는다는 것이 제도의 취지다.

하지만 소득 기준 수준이 높게 잡힌 탓에 워케이션 활성화에 어려움이 따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부산형 워케이션‘에는 걸림돌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부산시는 개인 휴양형 워케이션에서 더 나아가 워케이션을 통해 부산에 해외 기업을 유치하는 것을 장기적 목표로 삼는다. 워케이션을 통해 부산을 경험하도록 하고, 이 경험이 기업 이전이나 지사 확장 등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시는 기업 이전 전 입주 공간을 제공하고, 이전 시 투자 유치를 지원하는 등의 모델을 마련했다.

부산의 경우 장거리 비행 노선이 부족한 만큼 동아시아나 동남아 지역 기업을 타깃층으로 보고 있는데, 동남아 국가 기업의 종사자 연봉 수준이 비자 발급 기준을 충족하기 어려운 상황인 것이다. 시는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해외 마케팅을 펼쳐 기업 단위로 워케이션 신청을 받을 계획이나, 소득 조건 등으로 인해 유치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시는 개인의 소득 조건으로 기준을 잡기보다 기업의 연 매출 등을 기준으로 삼는 등 보다 유연한 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시는 관련 사례나 자료 등을 검토해 문체부와 법무부 등에 제도 개선을 건의할 예정이다. 시 관광진흥과 관계자는 “부산이 타깃으로 보는 동남아 국가의 경우 IT업계 종사자 평균 연봉은 3000만 원 내외 수준”이라면서 “불법체류 등의 우려 때문이라면, 예컨대 3년 이상 매출 실적이 좋은 기업의 임직원일 경우 까다로운 확인 절차를 거쳐 비자를 발급하는 등 지금보다 개인 소득에 대한 문턱을 더 낮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서유리 기자 yo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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