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FF, ‘직장 내 성희롱’ 사건 인정... 허문영 “의도적 아냐”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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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상조사 7개월 만의 결과
“신고인, 참고인 진술 인정”
교육 강화 등 재발 방지책도

부산국제영화제(BIFF) 조직위 사무실 모습.부산일보DB 부산국제영화제(BIFF) 조직위 사무실 모습.부산일보DB

지난해 조직 내에서 불거진 성폭력 의혹을 조사하던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진상조사 7개월여 만에 ‘직장 내 성희롱’이 있었다고 결론지었다. 재발 방지 대책도 내놨다. 성희롱 가해자로 지목된 허문영 전 집행위원장은 자신의 발언에 불쾌감을 느낀 점에 대해 “책임감을 느낀다”면서도 “의도적이진 않았다”고 해명했다.

부산국제영화제는 지난해 6월부터 조직 내 성희롱 사건에 대해 조사를 진행한 결과 직장 내 성희롱이 있었던 것으로 판단했다고 21일 밝혔다. 지난해 6월 한국영화성평등센터 ‘든든’을 통해 피해 신고를 접수한 부산국제영화제는 외부기관인 ‘부산성폭력상담소 부산문화예술계성희롱·성폭력예방센터’에 위탁해 진상조사를 진행했다.

법무법인 소속 변호사, 노무법인 소속 노무사 등으로 구성된 조사위원회는 신고인 진술이 구체적인 점, 참고인의 진술이 일치한 점 등을 토대로 성희롱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부산성폭력상담소 측은 지난해 12월 부산국제영화제에 이를 통보했다.

부산국제영화제 측은 “피신고인은 전문성‧객관성 담보를 이유로 조사기관 변경을 요청하고 수차례의 조사 권고에 응하지 않아 부득이하게 신고인과 참고인에 대한 조사로 진행했다”며 “신고인은 피신고인의 계속된 조사 거부 의견에 따라 조사기관 변경과 그에 따른 재조사에 협조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했으나 그 또한 피신고인의 거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부산국제영화제는 ‘직장 내 성희롱’이 발생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 이에 대한 재발 방지 대책도 함께 내놨다. △임원 책무 강화 △직장 내 성희롱 신고 절차 규정 개정 △피해자 보호조치 강화 △전담 기구 지정 △성희롱·성폭력예방교육 강화 등이 핵심이다. 영화제 측은 “성평등하고 안전해야 할 직장에서 해당 사건이 발생해 피해자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피해자 보호와 초기 조사 절차 과정이 미흡했던 부분에 대해 다시 한번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책임을 통감했다.

허문영 전 집행위원장도 즉각 부산국제영화제 측의 조사 결과에 대해 입장을 밝혔다. 허 전 집행위원장은 “만일 저의 어떤 말이 의도치 않게 상대방에게 불쾌감을 안기는 사례가 있었다면 온전히 저의 책임으로 받아들이겠다”면서도 “하지만 그것이 지속적이고 의도적이라는 판단, 특히 저의 내면적 의지에 대해 단언하는 의도적이라는 판단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저에 관한 논란이 영화제에 끼칠 피해를 우려해 집행위원장직에서 최종적으로 물러난 이후 그간 저의 삶을 겸허하게 되돌아보는 자숙의 시간을 가져왔고 앞으로도 상당 기간 그럴 생각”이라며 “뜻하지 않게 심려를 끼쳐드린 많은 분께 다시 한번 사과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5월 허 전 집행위원장은 운영위원장직 신설에 대해 불만을 드러내며 사의를 표명했다. 이후 부산국제영화제 조직위 한 직원이 허 전 집행위원장으로부터 성희롱과 성추행 등 성폭력을 당했다며 이를 신고했다.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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