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어류 양식업계 저수온 확산 조짐에 노심초사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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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남해안 어류양식업계가 저수온 확산 조짐에 노심초사다.

국립수산과학원에 따르면 현재 경남 남해안 전역에는 저수온 예비주의보가 발효된 상태다. 저수온 위기경보는 ‘관심-주의(예비주의보)-경계(주의보)-심각(경보)’ 4단계로 나뉜다. 예비주의보는 7일 이내 수온이 4도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예측되거나 평년 대비 2도 이상의 급격한 수온 하강이 관측된 경우다.

현재 경남 앞바다 12개 주요 지점 평균은 10.6도로 평년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기상청 예보를 보면 이번 주 내내 수온주가 영하권을 밑돌 전망이다. 바다도 덩달아 얼어붙을 공산이 크다.

경남 연안에 사육 중인 어류는 2억 1800만여 마리. 이 중 25%인 5400만여 마리가 저수온에 취약한 돔과 쥐치류다. 돔과 쥐치는 온수성 어종으로 영상 20~28도가 적정 수온이다. 고수온은 잘 버티지만 수온이 영상 10도 이하로 떨어지면 생리 기능이 저하되고, 생존 한계인 4도 내외 환경에 장시간 노출되면 폐사한다.

2011년 통영과 거제, 남해 양식장에서 350만여 마리가 동사한 이후 매년 크고 작은 피해가 잇따르고 있지만 발생 예측이 어렵고 마땅한 예방 대책도 없어 현장에선 속수무책이다.

지난여름 고수온에 1500만여 마리가 집단폐사해 200억 원이 넘는 손실을 떠안았던 어민들은 좀처럼 불안감을 떨쳐내지 못한다. 게다가 올겨울은 간헐적 한파가 반복돼 연안과 내만을 중심으로 일시적인 수온 급강하 현상이 빈번해 근심이 깊다.

일교차가 큰 육지와 달리 바다는 변화폭이 크진 않다. 하지만 바다 생물 입장에선 수온 1도는 육상 기온 8도 이상 변화와 맞먹는다. 게다가 양식 어류는 들쭉날쭉한 수온에 피로가 누적되면 면역력이 떨어져 질병에 쉽게 노출된다.

피해를 막기 위해선 겨울에도 수온이 10도 이상으로 유지되는 해역으로 양식장을 통째로 옮기는 게 최선이지만, 이미 각종 양식 시설로 포화상태라 적정 장소를 찾기가 쉽지 않다. 설령 이설할 곳을 찾아도 이동 과정에서 더 큰 스트레스를 줄 수 있어 엄두를 내지 못한다.

경남권 최대 양식 활어 산지인 통영에선 저수온 피해 예방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천영기 통영시장(오른쪽) 일행이 관내 양식장을 찾아 대비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통영시 제공 경남권 최대 양식 활어 산지인 통영에선 저수온 피해 예방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천영기 통영시장(오른쪽) 일행이 관내 양식장을 찾아 대비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통영시 제공

양식수산물재해보험이 있지만 영세 어민들에겐 그림의 떡이다. 저수온이나 고수온 같은 이상 수온 피해에 대해 보상받으려면 주계약 외 특약에도 가입해야 하는데, 비용이 만만찮다. 10억 원 한도 기준으로 정부나 지자체 지원금을 보태도 어민이 내야 할 보험료가 1000만 원 안팎이다. 1년 뒤 사라지는 소멸성 보험료치곤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최근 자연재해로 인한 양식수산물 떼죽음 피해가 빈번해지고 피해 규모도 커지면서 손해율이 급증하자 수협중앙회가 보험료를 인상하면서 어민 부담이 더 커졌다. 지자체가 일부를 지원하고 있지만 실제 가입률은 저조하다. 특히 저수온의 경우, 한 번이라도 피해가 발생했거나 발생 우려가 있는 중점관리 대상 126개 어가 중 특약에 가입한 곳은 단 3곳에 불과하다.

경남도 관계자는 “경남 연안은 상대적으로 평균 수온이 높은 데다, 최근엔 저수온 피해가 크지 않아 가입을 꺼리는 경향이 있다”면서 “이 상태로 피해가 발생하면 회복이 어려울 수도 있는 만큼 특보에 각별히 주의를 기울이며 상황에 맞춰 사전 면역증강제 공급, 사료 공급 중단, 그물 깊이 조절 등 양식장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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