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카소·이우환… 불법 도박 수익 추적하니, 고가 미술품 나왔다
유명작가 미술품 등 범죄수익 535억 원 추징보전
해외 도피 도박사이트 운영 총책 인터폴 적색수배
불법 도박사이트 운영 수익 550억 원을 자금 세탁해 부동산 투자, 슈퍼카 구매 등으로 초호화 생활을 한 일당이 검찰에 검거됐다. 이들은 자금 추적을 피하고 돈벌이 수단으로 활용하기 위해 피카소 등 고가 미술품 47점도 구매한 것으로 드러났다.
부산지검 강력범죄수사부는 22일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부동산실명법 위반, 금융실명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국내 자금세탁 총책 40대 A 씨 등 4명을 구속기소하고 공범 5명을 불구속기소 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2017년 2월부터 필리핀에 서버와 사무실을 두고 16개 불법 도박사이트에서 얻은 이익 550억 원의 자금을 세탁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범죄 수익 환수를 위해 총 450개 계좌를 추적해 자금 세탁 금액 550억 원 중 97%인 535억 원 상당의 책임 재산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매일 6억 원에 달하는 도박 사이트 수익을 대포통장 100개로 나눠 국내에서 인출한 뒤 다양한 방법으로 자금을 세탁한 것으로 드러났다.
부가티, 페라리 등 슈퍼카 24대를 수입 후 재판매하거나 타이어 회사를 인수하고 타이어를 사는 수법으로 자금을 세탁했다. SNS에 ‘부산 부가티’ 등으로 불리며 목격담이 올라올 정도였다. 시가 40억 원대 차량 ‘부가티 시론’과 6억 원짜리 고급 시계 등도 자금 세탁에 이용됐다.
또 부동산 법인 지분을 인수한 것처럼 가장해 다시 되팔아 수익을 남기거나 선박을 샀다. 9억 원, 18억 원짜리 해운대 고급 아파트를 차례로 사고팔아 27억 원 상당의 고가 아파트를 사기도 했다.
검찰은 이렇게 세탁한 거액의 돈을 법인이나 부동산 등을 통해 가족이나 직원 명의로 돌린 뒤 초호화 생활을 했다고 설명했다.
A 씨는 페이퍼컴퍼니를 만들어 차명으로 부동산을 보유하고, 서울 강남 신사동 부지를 164억 원에 사 빌딩을 지었다. 특히 미술 전공인 A 씨는 유명 갤러리에서 피카소, 백남준, 로이 리히텐슈타인, 무라카미 다카시, 이우환 작가 등의 미술품 47점을 총 46억 원에 사들였다. 고가 미술품은 자금 추적을 피할 수 있고, 고소득층 중심으로 재테크 수단으로 활용돼 자금 세탁 수단으로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A 씨가 일시적으로 보유한 현금만 500억 원에 달하기도 했다.
도박 사이트 운영 총책은 지난 2019년 도박장 개장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게 되자 해외로 도피해 A 씨 등을 통해 자금 세탁 등을 지시했다. 운영 총책은 현재 국적을 변경한 상태로, 인터폴 적색수배 중이라고 검찰은 설명했다.
김보성 부산지검 강력부장은 “범죄수익 550억 원의 97%에 달하는 은닉 자산을 확보해 국고로 환수할 수 있게 됐다”며 “해외 도피 중인 운영자의 소재와 추가 범죄 수익에 대해 계속 수사해 범죄로는 어떠한 이익도 얻을 수 없다는 점을 명확히 하겠다”고 말했다.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