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상 가동률 99% 비결은 진심 담긴 간호간병”

김병군 기자 gun39@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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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평원 1등급 ‘부산은빛요양병원’

직원들 기저귀 차기 체험하고
신체 보호대 사용은 엄격 제한
욕창 관리·통증 개선 분야 최고점
입소문 타고 입원 환자 대기 행렬
전체 매출 5% 떼 무료 급식 봉사

부산은빛요양병원 간호사와 간병인들이 입원 환자들의 발을 마사지해주고 있다. 부산은빛요양병원 제공 부산은빛요양병원 간호사와 간병인들이 입원 환자들의 발을 마사지해주고 있다. 부산은빛요양병원 제공
매년 봄 진행하는 어르신 봄나들이 장면. 부산은빛요양병원 제공 매년 봄 진행하는 어르신 봄나들이 장면. 부산은빛요양병원 제공

요양병원이 위기다. 경영난이 심각하다. 물가는 치솟는데 10년 이상 정액수가제에 묶여 있어서다. 추가 진료를 하거나 고가의 약을 처방해도 병원에서 받을 수 있는 금액은 정해져 있다. 그래서 비싼 약을 쓰기가 어렵고 마음대로 인력을 고용하기가 쉽지 않다.

매년 전국에서 50~70개 요양병원이 휴폐업을 한다. 지난해 말에는 광주시립 제2요양병원이 코로나19 여파로 문을 닫았다. 요양병원들이 정액수가제에서 행위별 수가제로 전환을 요구하고 있지만 개선의 기미가 전혀 없다.

의료 서비스의 질 관리도 힘들다. 요양병원 특성상 와상환자가 많아 간호간병에 대한 부담이 매우 크다. 그런 상황에서 지난해 말 보건복지부가 ‘국민 간병 부담 경감 방안’을 발표하자 의료계가 일제히 반기고 나섰다. 요양병원의 경우 올해 7월부터 1년 6개월 동안 10개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간병비 지원 시범사업을 실시할 예정이다.


■탈침상 욕창관리 강조

요양병원의 경우 간병인 한 명이 여러 명의 환자를 담당하기에 항상 일손이 부족하다. 그래서 부산은빛요양병원은 간호사와 간병인의 구분이 따로 없다. 환자가 필요로 하면 누구든 바로 달려간다. 간호사가 스테이션에 앉아만 있지 않는다는 말이다. 하루 3번 배식을 할 때도 간호인력을 포함해 모든 직원들이 같이 거들어준다. 족욕 서비스를 할 때도 모두가 자기 일처럼 나서 환자들의 발을 만져준다.

간호부장부터 환자 기저귀를 갈아준다. 역지사지, 환자 입장을 이해하기 위해 이사장부터 전 직원이 자발적으로 기저귀 차기 체험을 한 적도 있다.

무엇보다 환자 인권을 강조한다. 그래서 신체 보호대 사용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환자 보호 차원에서 손발과 흉부를 묶는 경우가 있는데 인권침해 소지가 크기 때문이다. 낙상이나 자해 위험 등 의사가 꼭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경우에 한해서만 사용하게 한다.

침대생활을 줄이는 탈침상화도 간호간병의 핵심 원칙이다. 누워 있는 환자는 앉게 하고, 앉아 있는 환자는 서게 하고, 더 나아지면 걷게 하자는 것이다. 식사시간이나 휴식시간에 침대를 떠나 옥상 공원으로 옮겨준다. 환자들의 호응이 아주 좋다.

윤장우 부산은빛요양병원 이사장은 “‘간병 파산’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간호간병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대두되고 있다. 정부가 심각한 간병비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간병비 경감 방안을 발표한 것은 정말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본사업으로 확대될 때까지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 그동안은 우리 힘으로 지금처럼 스스로 해결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심평원 적정성 평가에서 1등급

누워 있는 시간이 많은 환자들은 욕창에 노출되기 쉽다. 장시간 동일한 체위로 있으면서 생긴 압박궤양이 심해지면 만성 골수염이나 패혈증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그래서 2시간마다 체위 변경을 실시한다.

부산은빛요양병원은 전년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적정성 평가 중 욕창 개선분야에서 전국 평균보다 12점 이상을 받았다. 욕창이 새로 생긴 환자분율에서도 최고점을 받아 최우수 1등급 의료기관에 선정됐다.

욕창 진료영역과 함께 통증 개선 분야에서도 최고점을 받았다. 외과적 수술 후에 동반되는 근육강직, 긴장으로 인한 통증, 어깨근육 및 힘줄 손상 등의 다양한 원인에 대한 통증관리가 이루어진다. 양방과 한방의 치료법을 다양하게 결합시켜 통증 치료를 한다.

체중 감소 환자분율 평가에서도 최고점을 받았다. 입맛이 없는 식이 저조환자를 특별관리하고 적절한 운동으로 체중관리를 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하영 한방원장은 “우리가 어떻게 환자를 돌보고 있는지 보호자들이 직접 와서 보면 좋겠다. 병실의 같은 자리에만 누워 있다가 복도나 옥상으로 데리고 나간 것이 고마워 골절환자가 울기도 했다. 환자를 위하는 직원들의 마음이 한결 같기 때문에 보호자가 믿어주는 병원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병상 가동률 99% 기록

요양병원간 경쟁이 치열하다. 특히 부산은 더 그렇다. 그런 와중에도 병상 가동률 99%를 기록한 것은 대단한 실적이다. 사실상 빈 자리가 없어 항상 번호표를 들고 기다려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 정확하다.

‘임직원은 힘들고 환자는 천국이다’ ‘일이 힘들어서 퇴직한 간호사도 자기 친척은 이곳에 입원시킨다’ ‘이사장이 매일 오후 9시에 퇴근한다’.

병상 가동률 99%가 가능했던 이유를 설명하는 말이다. 그런데 병상 가동률은 높지만 수익은 거의 없다. 냉난방비와 식비를 아끼지 않기 때문이란다.

또 부산 동구와 북구의 재가복지센터를 통해 매달 150여 세대에 무료급식 봉사를 한다. 재가복지센터 지원을 위해 매년 요양병원 매출에서 5%를 뗀다. 수익금의 일부가 아니고 전체 매출에서 5%를 지원하기에 적지 않은 금액이다. 대부분 병원은 마른걸레 짜듯 지출을 아끼지만 이곳에서는 환자가 필요한 것은 선지출하고 나중에 보고하는 것이 원칙이다.

김희교 원장은 “우리 병원은 특히 입소문을 통해 소개로 많이 온다. 병상 가동률이 높아 지금도 줄을 서서 순서를 기다려야 한다. 환자에게 필요한 것은 절대 아끼지 말라는 경영 방침이 훌륭하다고 생각해 기쁘게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병군 기자 gun39@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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