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로365] 'CES 2024' 기술 융합과 AI 대중화로
심준식 비온미디어 대표
소소한 일상 스며든 AI 기술 대중화
AI가 다양한 기술 조율·보완 역할
산업 간 합종연횡으로 신제품 출시
LG, 현대차 등 한국기업 활동 돋보여
K스타트업 세계 무대 진출 신호탄
다양한 기술·기업 협력, 성공 키워드
올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전자·IT 전시회 'CES 2024' 슬로건은 ‘All together, All on’(모두 함께, 다 같이)이다. 이번 CES는 ‘다양한 기술이 하나의 제품에 녹아드는 기술 흐름’을 나타냈다. 이번 전시회의 가장 큰 기술적 흐름은 AI(인공지능) 기술의 대중화였다. 과거 AI 기술이 세상을 바꾼다는 거대 담론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이번에는 사람들의 소소한 일상에 스며들었다. 집안 조명을 사용자 생활 패턴에 맞추고, 커피 맛을 조절하고, 주차를 돕는 역할을 한다. 일상생활에서 느끼는 소소한 불편함을 개선하는 스마트한 제품들에는 어김없이 AI 기술이 적용되었다.
다양한 기술이 융합되면 필연적으로 조율하는 역할을 AI 기술이 맡았다. 이번 CES에서는 다양한 기술이 하나의 제품에 모여 기술 본연의 목적을 달성하는 과정을 조율하고 결과를 검토, 수정 보완하는 역할을 사람 대신 AI가 맡은 제품들이 쏟아졌다.
서로 다른 선두기업 간의 합종연횡이 눈에 띄었다. 한국의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도 파트너십을 맺었다. 일본 소니와 혼다도 손을 잡았다. 왜 이렇게 서로 다른 산업 간 파트너십이 성행할까. 기술 발전에 따라 산업 간 경계가 모호해지기 때문이다. 전기자동차의 경우 전통적인 자동차 기술의 영역과 전자제품의 영역이 혼재되어 있다. 전기자동차를 잘 만들려면 자동차뿐만 아니라 전자제품도 잘 만들어야 되는 시대가 도래했다. 그러나 자동차 회사가 단시일에 전자제품을 잘 만들기는 어렵다. 혼다 자동차의 기술이 적용된 소니 전기자동차의 실내 전장 스크린은 소니 게임기의 플레이스테이션 화면과 닮았고, 플레이스테이션 리모컨으로 조작이 가능하다. 관람객들은 혼다 자동차 기술이 적용된 소니 전기자동차에 앉아 마치 안방에서 플레이스테이션 게임을 하는 것처럼 능숙하게 조작하며 환호한다. 이것이 바로 자동차회사와 전자회사가 협력하는 이유다.
미국의 유통기업 월마트와 빅테크 기업 마이크로소프트가 기술 개발에 힘을 합쳤다. 쇼핑과 유통 역시 소비자와 만나기 위해서는 IT기술 플랫폼의 도움이 필요하다. 모바일 어플을 통한 주문에서부터 키오스크 결제까지 전 과정에 IT의 도움이 필요하다. 이 외에도 CES에서는 간단한 손동작이나 안면인식으로 주문과 결제를 간편하게 도와주는 기술들도 많이 전시되었다.
프라이버시와 보안 분야도 돋보였다. 인간이 남긴 데이터를 학습해 진화하는 AI 기술의 프라이버시 침해 가능 논란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하지만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AI 기술은 강력한 프라이버시를 원하는 기술제품의 필요성을 만들었다. 집안의 샤워부스부터 창문, 현관문 그리고 실생활에 착용하는 선글라스까지, 일상생활에서 편리함을 제공함과 동시에 강력한 프라이버시와 보안 기능을 제공하는 기술제품이 출시되었다. 현관문의 보안은 안면인식을 넘어, 표정과 행동까지 인식하고 학습해서 강력한 보안을 갖춘다. 집안의 창문은 때로는 투명해지고 때로는 어두워지면서 프라이버시를 보호한다.
한국 기업의 활약도 대단했다. CES 한가운데 센트럴관의 가장 큰 부스는 LG 제품이 전시되어 있었다. 자동차가 모여있는 웨스트관의 가장 큰 공간은 현대자동차가 차지했다. 또, 전 세계 스타트업들의 기술 제품들이 모여있는 유레카관의 상당 부스는 한국 스타트업 몫이었다. CES 메인 스피치는 한국의 대기업들이 돌아가면서 맡았고, 한국 스타트업 젊은이들은 유창한 영어로 세계 무대에 자신들의 기술을 홍보하는 피칭을 했다. CES 한국 기업의 참가 열풍은 전 세계적 흥행에 성공한 K팝, K무비에 이어 K스타트업들의 세계 무대 진출을 알리는 신호탄 같다. 하지만 한국 기업들의 CES 참가 열기가 한때의 유행으로 끝나지 않으려면 CES 참가를 통해 얻은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세계 기술업계의 큰 흐름을 읽고 선제적으로 시장 공략에 나서야 한다.
CES에 참가한 세계 유수 기술회사들은 기술의 융합을 통해 인류의 삶을 보다 스마트하게 돕는 기술 개발이 과학기술의 존재 이유임을 분명하게 보여 주었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서로 다른 기술을 보유한 기업 및 국가와의 협력도 필요하다는 것을 알려 주었다. CES에 전시된 기술의 향연은 한가지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기술 개발의 목적은 우수한 기술 개발 그 자체보다, 이를 바탕으로 인류의 삶을 조금이라도 이롭게 하는 것이라는 점이다. 기술은 일상의 생활에 스며들어 사람을 이롭게 할 때 빛이 난다.
이번 CES를 계기로 세계 무대에서 성공하려면 일상의 자그마한 불편함을 자체 기술로 개선해 사업화하는 것이 첩경임을 증명하고 있다. 또한, 다양한 기술, 기업들과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세계 기술 무대에 뛰어드는 한국의 젊은 스타트업에게 던지는 메시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