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총리 '파벌 해산' 승부수 던졌지만 퇴진 위기
언론 여론조사서 20%대 지지율
9년 전 자민당 재집권 후 최저치
일본인 72% "그래도 신뢰 안 해"
쇄신본부, 이달 정치개혁안 발표
일본의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집권당인 자민당의 ‘비자금 스캔들’로 퇴진 위기에 몰렸다. 자신이 이끌던 파벌인 기시다파의 해산 선언이라는 승부수를 던졌지만, 내각 지지율은 처참하게 추락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진보 성향의 아사히신문은 “지난 20∼21일 117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화 여론조사에서 기시다 내각 지지율이 지난달과 같은 23%를 기록했다”고 22일 보도했다.
보수 성향의 일본 최대 일간지인 요미우리신문 역시도 “이달 19∼21일 1074명을 상대로 진행한 전화 여론조사에서 내각 지지율이 전달과 비교해 1%포인트 떨어진 24%로 집계됐다”고 이날 밝혔다. 두 신문은 모두 이번 결과가 자민당이 2012년 재집권한 이후 지지율 최저치와 동률이라고 전한 것이다. 일본에서 지지율 20%대는 정권 퇴진 위기 수준인 ‘위험 지대’로 평가된다.
다만, 보수 성향 산케이신문이 민영방송인 후지뉴스네트워크(FNN)와 함께 20∼21일 시행한 여론조사에서는 내각 지지율이 이전 달 조사보다 5.1%포인트 상승한 27.6%였다. 산케이 조사에서 내각 지지율이 오른 것은 작년 8월 이후 처음이다.
앞서 자민당은 2018년부터 2022년까지 5년간 정치후금 행사를 벌이면서 정치 자금 6억 7503만 엔(한화 61억 원)을 계파 정치자금 수지 보고서나 개별 의원 회계장부에 기재하지 않은 채 비자금화한 사실이 드러났고, 검찰이 수사에 나선 상황이다.
기시다 총리는 도쿄지검 특수부가 기시다파 전 회계 책임자를 기소할 것이라는 사실이 알려지자 지난 19일 파벌을 해산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최대 파벌 ‘아베파’와 또 다른 파벌 ‘니카이파’도 같은 날 해산 의사를 밝혔다.
이번 여론조사는 자민당 파벌 6개 중 소속 의원이나 전현직 관계자가 기소된 파벌 3개가 해산을 결정한 이후 처음 이뤄졌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기시다 내각 지지율은 여전히 ‘바닥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사실이 극명하게 드러났다.
요미우리는 “자민당 파벌 비자금 건으로 정치 불신이 심각하다. 검토 중인 정치개혁에 대한 실망감이 확산하면 총리의 구심력 저하를 피할 수 없고, 위태로운 정권 운영이 지속될 수 있다”고 짚었다.
이어 자민당 중진급 인사의 말을 인용해 “기시다 총리가 다른 파벌에 해산을 요구하지 않은 것이 일관성이 없고 지도력 부족이라는 인상을 줬을 수 있다”고 전했다.
자민당 파벌 중 의원 수 기준으로 두 번째와 세 번째 규모인 ‘아소파’와 ‘모테기파’는 존속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번 조사에서는 자민당 파벌과 비자금 문제에 대해 냉담한 일본 내 여론이 확인됐다.
아사히 조사에서 ‘자민당 파벌이 해산하면 정치에 대한 신뢰가 회복될 것으로 보는가’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72%가 ‘그렇지 않다’고 답했다. 비자금 스캔들과 관련한 기시다 총리 대응에 대해서는 75%가 ‘(긍정적으로) 평가하지 않는다’는 견해를 보였다.
요미우리 조사에서도 개혁 방안을 논의하는 당내 기구인 ‘정치쇄신본부’에 대해 ‘기대한다’는 의견은 17%에 불과했다. 자민당 파벌 향방에 대해서는 61%가 ‘해산해야 한다’고 답했다. ‘현재가 좋다’라고 답한 응답자는 4%에 그쳤다.
다만, 기시다 총리가 기시다파를 해산하겠다고 발표한 것 자체에 대해서는 아사히 응답자 61%, 요미우리 응답자 60%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한편, 자민당 정치쇄신본부는 이달 정기국회에 앞서 일부 개혁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쇄신본부는 파벌이 법을 위반했을 경우 당이 활동 정지나 해산을 요구할 수 있게 하고, 파벌의 정치자금 모금과 개각 시 인사 추천 등을 금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권상국 기자 ks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