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도 평당 5000만 원 시대, 동부산 ‘바다 전망’ 아파트만
아파트 가격 천정부지
용호동 W 72평 평당 5069만 원
엘시티 75평 평당 5626만 원 거래
광안대교뷰 내세운 분양가도 급등
민락동 테넌바움 5000만 원 육박
서부산 집값 1년 8개월째 하락세
부동산 시장 동·서 양극화 심해져
부산에서도 분양가는 물론 실제 매매가에서 평당 5000만 원을 넘는 거래가 최근 이어지면서 부동산 시장의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바닷가를 낀 일부 고급 아파트는 불황에도 아랑곳하지 않지만, 서부산과 원도심의 집값은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추세다. 인구 감소와 맞물려 동·서 양극화가 가속화될 거라는 우려가 커진다.
22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이달 초 남구 용호동 더블유 72평이 36억 5000만 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찍었다. 평(3.3㎡)당 5069만 원가량에 매매가 된 셈이다.
해운대구 중동의 해운대엘시티더샵은 두 달 전 75평짜리가 42억 2000만 원에 매매되면서 평당 5626만여 원에 거래됐다. 지난달 해운대구 우동의 해운대아이파크의 100평짜리 매물은 42억 2448만 원에 매매됐고, 해운대두산위브더제니스 74평은 34억 2000만 원에 팔렸다. 트럼프월드마린은 지난해 11월 79평이 31억 8000만 원에 거래됐다.
‘오션뷰’를 자랑하며 해운대나 남구에 위치한 이 같은 고급 아파트들은 최근 평당 매매가가 5000만 원 안팎으로 거래가 되고 있다. 부동산 시장 전반이 침체돼 매물은 쌓이고 급매조차 나가지 않고 있지만, 일부 아파트들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신고가까지 경신하며 매매가 이뤄진다.
다음 달 분양을 앞둔 수영구 민락동의 테넌바움294 역시 ‘광안대교뷰’를 앞세우며 고급화 전략을 선보인다. 이 아파트의 고층 일부 매물은 분양가가 5000만 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해운대구 재송동 옛 한진CY에 들어서는 ‘르웰 웨이브시티(가칭)’의 분양가도 상당할 전망이다. 지금까지 부산에서 분양한 아파트 가운데는 지난해 9월 분양했던 더 비치 푸르지오 써밋이 평당 3300만 원으로 분양가가 가장 높았다.
소위 ‘해수남’(해운대구, 수영구, 남구)을 필두로 동부산의 고급 매물은 매매가가 치솟고 있는 반면 중부산이나 서부산은 좀처럼 하락세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실정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동부산권의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4억 4921만 원인데 반해 중부산은 3억 6065만 원, 서부산은 2억 7129만 원에 불과하다.
특히 서부산의 경우 2022년 4월 평균 매매가가 3억 1100만 원을 기록한 뒤 1년 8개월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원도심을 포함한 중부산권 역시 비슷한 움직임이다. 사하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박 모(46) 씨는 “부산 전체 부동산 시장이 침체됐다는 이야기는 전형적인 ‘평균의 함정’”이라며 “우리 아파트는 억 단위로 가격이 떨어지고 있는데, 이사를 가기 위해 주시하던 해운대구나 수영구의 집값은 2~3년 전과 비교해 크게 달라진 게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부산의 고질병인 동서 양극화가 부동산 시장에서 심화하면서 상급지로 이동하려는 서민들의 주거 사다리가 끊긴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 부산의 ‘주택구입물량지수’는 매년 감소하는 추세다. 부산지역 주택구입물량지수는 2019년에 66.1이었지만, 2022년에는 44.6으로 떨어졌다. 2019년에는 부산의 중위소득가구가 대출을 끼면 100채 중 66채를 살 수 있었지만, 2022년에는 44채밖에 구매하지 못한다는 의미다.
동의대 강정규 부동산대학원장은 “부산 도심 내에서도 양호한 주거 환경의 고가 주택 가격은 올라가지만 상대적으로 열악한 주거 환경의 주택은 하락해 부산 전체 시장을 천편일률적으로 판단하기가 어려워졌다”며 “지역별로, 또 단지별로 집값이 다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강 원장은 또 “일자리가 줄어들고 젊은 층이 빠져나가면서 빠른 속도의 인구 감소가 일어나는 부산의 경우 집값 양극화가 갈수록 심각해질 수 있다”며 “외곽지는 쇠퇴하고 양호한 주거지를 찾는 사람들의 수요가 특정 지역으로 몰리면서 해당 지역의 집값은 더욱 상승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