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실패를 배울 가장 안전한 곳, 학교야!”
교사가 알려주는 예비 초등생 준비
3월 입학까지 한 달여 남은 시기
한글 학습 등 학부모 걱정 많아
글자, 정규 과정서 배울 수 있어
적응에 가장 중요한 건 ‘자율성’
여러 경험 통해 스스로 생각하게
오는 3월 초등학교로 첫 발걸음을 뗄 예비 초등 1학년 학생들을 둔 학부모 마음은 ‘설렘 반 걱정 반’이다. 한글은 어떻게 해야 할지, 친구들과는 잘 지낼지, 밥은 잘 먹을지, 화장실은 혼자 잘 갈지…. 입학을 한 달여 앞둔 학부모들의 아이를 향한 걱정은 꼬리에 꼬리를 문다.
학교는 아이들에게는 ‘홀로서기’를 경험할 인생 첫 공간이다. 초등학교 선생님은 학생들이 스스로 일어설 수 있도록 도와줄 ‘버팀목’이다. 아이들의 든든한 버팀목으로 활약 중인 하태성(성지초등) 교사, 이선영(부산진초등) 교사, 김용하(부전초등) 교사에게 초등 1학년 아이의 안정적인 학교 생활을 위한 꿀팁을 들어봤다.
■한글, 관심을 갖게 도와주세요
예비 초등생을 둔 학부모에게 큰 궁금중 중 하나는 한글이다. 어느 수준까지 한글을 읽고 쓸 줄 알아야 할까. 교사들은 한글에 대한 관심만 갖고 학교로 오면 충분하다고 강조한다. 1학년 교육과정으로 충분히 한글을 익히는 데 문제 없다는 것이다. 하태성 교사는 “초등 1학년에게 한글을 완벽하게 읽고 쓰는 실력을 갖추고 오라고 하는 것은 어렵다”며 “초1 교육과정을 익히면 충분히 한글을 학습할 수 있으므로 한글에 대한 관심을 갖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하 교사는 “질문을 좋아하고 성격이 밝은 아이는 조금 빨리, 예민한 기질의 아이는 조금 천천히 배우는 경우가 많다”며 “한글을 배울 시간은 많으므로 기본만 해도 충분하다”고 조언했다.
한글은 수학 학습에도 도움이 된다. 초1이 배우는 수학 역시 한글을 기반으로 수업이 진행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수학이 어려운 수준은 아니다. 김용하 교사는 “수학은 1부터 10까지 연산하고 1부터 100까지 헤아릴 수 있는 수준이면 충분하다”며 “가정에서나 일상 생활 중에 바둑돌이나 동전, 이쑤시개 등으로 놀면서 숫자 개념을 익히면 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스스로 하는 습관을 길러주세요
초등 1학년 학생들은 오전 8시 30분~40분께 등교를 한다. 아침 활동 후 오전 9시부터 ‘40분 수업-10분 휴식’ 체제로 평일 5일 중 사흘은 5교시, 이틀은 4교시로 수업을 받는다. 5교시인 경우에는 오후 1시 30분께, 4교시인 경우 낮 12시 30분께 하교한다.
학교 생활을 시작한 초등 1학년 학생에게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자율성’이다. 스스로 책을 읽고, 잠자리에 들고, 화장실에 가고, 옷을 골라 입는 등의 생활 습관이 중요하다. 가정에서 스스로 하는 습관을 하나하나씩 갖추고 학교 생활을 한다면 학교 적응은 빨라진다.
이선영 교사는 “학교 급식 시간에 아이들이 종종 음료수 뚜껑을 따 달라고 선생님에게 오는 경우가 있는데, 한 아이가 뚜껑을 스스로 따면 ‘우와’하면서 그 아이를 영웅처럼 대우하기도 한다”고 학교 현장에서의 일화를 소개했다. 이 교사는 “학교는 정해진 시간에 밥을 먹고, 공부를 하는 공간인 만큼 스스로 해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가정에서 스스로 해내는 습관을 하나하나씩 지도한다면 학교생활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상 속 생활 습관도 빼놓을 수 없다. 인사하는 습관, 경청하는 습관,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습관이 바로 그것이다. 김용하 교사는 “학교에서 인사를 잘 하는 아이를 선생님이나 배움터 지킴이들도 더욱 잘 기억하고 도움을 주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김 교사는 “생활 습관을 기르는 과정에서 아이에게 ‘이렇게 하면 학교에서 선생님께 혼나’라고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하면 학교가 더욱 행복한 곳이 될 거야’라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도록 아이에게 말해주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즉각적인 반응 대신 ‘경청’해 주세요
교직 경력이 모두 20년 이상인 세 교사는 예비 초1 아이를 둔 학부모에게 ‘즉각적인 반응’ 대신 ‘경청’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아이에게 일어난 일에 대해 빠른 해답이나 평가를 내리는 대신 아이의 마음을 헤아리는 일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이선영 교사는 “학교는 소중한 실패와 실수를 경험할 수 있는 가장 안전한 공간”이라며 “아이의 경험에 대한 평가를 할 것이 아니라 아이가 학교에서의 일을 통해 깨달은 것이 무엇인지 스스로 생각하도록 하도록 이끌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하태성 교사는 “아이들은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부풀려 말하거나 사실과 다르게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다”며 “아이의 말을 들은 뒤 궁금한 내용이 있다면 담임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아이의 학교생활에 도움이 된다”고 귀띔했다.
김용하 교사 역시 “선생님들은 학부모와 아이의 올바른 성장을 위해 언제나 소통할 준비가 돼 있다”며 “교사-학부모-아이 간 불신과 오해가 쌓이지 않도록 교실 문을 자주 두드려 달라”고 요청했다.
■준비물은 천천히·단순하게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어떤 준비물을 챙겨야 할지 학부모들의 고민은 깊다. 가방부터 연필까지 많은 준비물이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세 교사는 “준비물은 천천히, 단순하게 준비하라”고 조언했다.
이선영 교사는 “학교나 담임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필요한 학용품을 입학 선물로 제공하는 경우가 많다”며 “아이가 학교 생활을 하면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확인한 뒤 구입해도 늦지 않다”고 설명했다. 하태성 교사는 “학용품은 학용품의 목표에 맞을 때 가장 좋은 것”이라며 “아이에게 너무 예쁘고 멋진 가방을 사주는 것보다 목적에 맞는 저렴한 제품을 구입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김한수 기자 hanga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