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균형발전부 설치로 인구절벽·지방소멸 대응하라
여야 '인구부' 공약에서 '지역' 빠져
저출생·수도권 과밀 통합 대응해야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회장 박형준 부산시장)가 22일 정부 부처별로 흩어져 있는 인구 정책과 지역균형발전 추진 기능을 묶은 ‘인구지역균형발전부’ 신설을 제안했다. 저출생과 지방소멸을 분리 대응하지 말고 부처급으로 격상한 조직에 콘트롤 타워 역할을 맡기자는 취지다. 수도권 과밀화와 인구 문제에 통합적으로 대응하는 추진체가 필요하다는 지적은 시민 사회와 학계에서 꾸준히 제기돼 왔고, 과거 정치권에서도 적극 검토했던 사안이다. 지역 시도지사들이 재차 공론화에 나선 까닭은 인구 위기와 지방소멸 추세를 반전시키는 계기를 지금 마련하지 못한다면 국가비상사태가 현실화될 것이라는 위기감 때문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인구와 지역 어젠다를 내세웠지만 결과는 ‘국가소멸 위기’라는 참담한 성적표로 돌아왔다.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2022년 0.78명이라는 신기록으로 전 세계를 놀라게 했는데, 올해도 하락세가 이어져 0.7명 선이 무너질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이 나온다. 이런 가파른 인구 감소세가 처음이라 뉴욕타임스 칼럼에서 ‘한국이 사라질 건가’라고 갸우뚱할 지경에 이르렀다. 2006년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 이후 현재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까지 15년간 300조 원이 투입됐지만 저출생을 막지 못했다. 국가균형발전위원회에 이어 대통령 직속 지방시대위원회가 출범했지만 지방소멸은 현재진행형인 게 참담한 현실이다.
총선을 앞두고 여야가 앞다퉈 저출생 대책을 1호 공약으로 내세운 건 바람직한 모습이다. 국민의힘이 ‘출산휴가 의무화’, 더불어민주당은 ‘임대주택 혜택’을 제시했다. 또 인구 정책을 통합하는 ‘인구부’(국민의힘)나 ‘인구위기대응부’(더불어민주당)도 공약에 포함됐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가야 한다. ‘인구’만을 다루는 부처로는 역부족이어서다. 지방 젊은 세대가 교육과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으로 몰리고, 수도권에서는 모든 삶의 영역에서 과열 경쟁이 벌어진 탓에 비혼과 만혼이 늘었다. 그 결과가 인구절벽과 지방소멸의 악순환 구조다. 인구절벽의 원인이 수도권 초과밀이니 당연히 지방소멸과 통합 대응이 필요한 것이다.
전국 16개 시민 단체가 참여하는 ‘지방분권 전국회의’는 ‘인구지역균형발전부’ 신설을 여야가 총선 공약으로 수용하라고 압박하고 나섰다. 대통령 자문 기구는 실행력의 한계가 있으니 정부 부처로 격상하라는 건 상식적인 요구다. 총선을 앞두고 시의적절한 공론화다. 여야 공약으로 채택되고 22대 국회 출범 후 제1호 법안으로 처리되면 이상적이다. 대통령실과 여야에 의지와 추진력을 주문하고 싶다. 정치적 이해득실을 따지며 좌고우면할 시간이 없다. 정치권은 저출생·고령화와 지방소멸을 막기 위한 골든타임을 놓치는 우를 범하지 말고 부처 신설에 적극 나서야 한다. 국가소멸의 시한폭탄이 째깍거리는 위급한 상황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