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부동산 기업 위기…못 갚는 대출 2년새 ‘3배’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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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수도권 지역 기업 2금융권 중심 악화
2금융권 연체율 3.29%…은행권 11배

2년 넘게 이어지는 통화 긴축과 부동산 경기 부진 여파로 건설·부동산 기업들이 위기에 놓였다. 부산의 한 아파트 신축 공사 현장. 정종회 기자 jjh@ 2년 넘게 이어지는 통화 긴축과 부동산 경기 부진 여파로 건설·부동산 기업들이 위기에 놓였다. 부산의 한 아파트 신축 공사 현장. 정종회 기자 jjh@

2년 넘게 이어지는 통화 긴축과 부동산 경기 부진 여파로 건설·부동산 기업들이 위기에 놓였다. 2년 새 건설·부동산 업종의 금융기관 연체율이 약 3배로 뛰었기 때문이다. 특히 부동산 시장 위축 정도가 더 심각한 비수도권 지역 관련 기업의 건전성이 2금융권 중심으로 빠르게 악화되고 있다.


29일 신용평가기관 나이스(NICE)평가정보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양경숙 의원에게 제출한 ‘시도별 부동산·건설업 대출 현황’ 자료에 따르면 모니터링 대상 약 58만 개 법인 대출 가운데 부동산 업종 대출 잔액은 작년 12월 말 현재 385조 3800억 원으로 집계됐다.


부동산업 대출 통계에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이 포함된 것으로, 2021년 말(302조 7300억 원)과 비교해 2년 사이 27.3% 늘었다. 연체액(30일 이상 연체된 금액) 증가 속도는 더 빨라 같은 기간 2조 2700억 원에서 3배가 넘는 7조 원까지 불었다. 0.75%에 불과했던 전국 부동산업 연체율 역시 지난해 말 2.43배인 1.82%로 급등했다.


건설업 대출의 부실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작년 말 기준 건설 업종 대출 잔액은 118조 3600억 원으로, 2021년 말(88조 5000억 원)보다 34% 증가했다. 연체액은 7600억 원에서 2.5배인 1조 9000억 원으로 증가했고, 연체율도 0.86%에서 1.9배인 1.60%로 치솟았다.


지역별로는 수도권(서울·경기·인천)보다 비수도권의 부동산·건설 업종의 대출 부실 정도가 더 심했다. 현황 조사에서 대출의 지역 분류는 대출 법인의 본사 사업장 소재지 기준으로 이뤄졌다.


작년 말 현재 비수도권 부동산업의 전체 금융기관 연체율(2.17%)은 수도권(1.56%)을 웃돌았다. 특히 세종(12.66%), 울산(6.49%), 강원(5.38%), 대구(4.35%), 전북(4.33%) 법인들의 부동산업 연체율이 두드러지게 높았다. 반대로 경남(0.64%), 대전(0.66%), 서울(0.94%) 등의 연체율이 하위 1∼3위를 차지했다.


비수도권 건설업의 연체율(1.99%)도 수도권(1.27%)보다 높았고, 제주(3.70%), 대구(3.55%), 울산(3.35%), 경남(3.15%)은 3%를 넘어섰다.


나이스평가정보 관계자는 “비수도권 지역 건설업 대출의 상당 부분이 토착건설사, 시공 능력이 떨어지는 영세 건설사들과 관련이 있다”며 “미분양 급증 등 지역 부동산 경기 침체에 따라 연체율이 급등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금융기관 업권별로는 은행권보다 2금융권에서 부실 위험 징후가 뚜렷했다. 부동산업의 2금융권 연체율은 지난해 12월 말 3.29%로, 은행권(0.30%)의 11배에 이르렀다. 건설업에서도 2금융권 연체율이 은행권(0.57%)의 4.2 배인 2.40%로 집계됐다.


2금융권 대출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상황이 더 나쁜 비수도권 부동산·건설업 연체율은 각 4.70%, 2.85%로 2021년 말(2.11%·1.53%)의 2.22배, 1.86배까지 높아진 상태다.


한국은행도 지난해 말 통화신용정책 보고서를 통해 “부동산 경기 부진 등의 영향으로 건설·부동산업 연체가 꾸준히 발생하면서 비은행권을 중심으로 연체율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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