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회 예산·조직 권한 확대 요구에 ‘갑론을박’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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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장협, 총회서 법 제정 촉구
“견제·감시 위해 독립성 필요”
시민 “세금만 늘어날 것” 우려
“의원 자질 향상부터” 목소리도

대한민국시군자치구의회의장협의회가 30일 부산 해운대구 웨스틴조선에서 2024년 정기총회를 열고 지방의회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한 지방의회법 제정을 촉구하는 부산 선언문을 발표했다. 이재찬 기자 chan@ 대한민국시군자치구의회의장협의회가 30일 부산 해운대구 웨스틴조선에서 2024년 정기총회를 열고 지방의회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한 지방의회법 제정을 촉구하는 부산 선언문을 발표했다. 이재찬 기자 chan@

전국 지방의회 의원들이 의회 권한을 확대하는 ‘지방의회법’ 제정을 촉구하고 나섰다. 지방의회 예산 편성권과 조직 구성권을 지자체에서 의회로 넘기는 게 핵심 내용이다. 다만 지방의회 의원들이 권한이 커진 상태에서 제 역할을 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대한민국시군자치구의회의장협의회(이하 협의회)는 30일 오전 10시 30분께 부산 해운대구 ‘웨스틴조선 부산’ 호텔에서 2024년 정기총회를 개최했다. 박형준 부산시장, 전봉민 국회의원, 협의회장인 최봉환 금정구의회 의장을 포함해 전국 시군자치구의회 의장 226명이 참석했다.

협의회는 이날 ‘지방의회법 제정촉구 등 부산 선언문’을 발표했다. 선언문을 통해 “집행부에 대한 견제와 감시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지방의회가 자율성과 독립성을 확보하는 변화가 선행돼야 한다”며 “온전한 풀뿌리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도록 ‘지방의회법’을 조속히 제정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협의회는 지방의회법 제정 없이 정책지원관을 단독으로 채용하기가 어렵다고 주장했다. 정책지원관은 2020년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신설된 제도다. 국회의원 보좌관처럼 지방의원이 △자치입법 △예산심의 △행정사무감사 등을 수행할 때 보조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지방의원 정수 2분의 1까지 채용할 수 있다.

지방의회는 정책지원관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호소한다. 지방의회 예산 편성 권한이 지자체가 갖고 있어 지방의회가 인사권을 가져도 정책지원관을 단독으로 채용하기 어렵다는 게 현장 목소리다. 지방의회에서 정책지원관 추가 선발을 요청해도 구청에서 미온적으로 대처하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주장한다. 부산 연제구의회 정홍숙 의원은 “연제구의회는 의원 2명당 1명 꼴도 채 안 되게 정책지원관이 배치됐다”며 “대부분 구청에서 일하다 의회로 온 사람들이어서 적절한 견제가 될지 염려되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부경대 정치외교학과 차재권 교수는 “다수 지방의회에서 구청 공무원들이 정책지원관을 맡는다”며 “공무원 인사 순환의 한 방편으로 여겨지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지방의회에서 직접 정책지원관 채용에 필요한 예산을 편성하고 인사권을 행사해야 의회와 행정이 완전히 분리된다”고 말했다.

지방의회 역할을 강화하기 위해 예산 편성권 독립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지역의 한 대학교수는 “국가에서 지방으로 사무가 많이 이양되며 지방의회 일이 늘어나고 있다”며 “지방의회가 예산과 조직을 독립적으로 편성할 수 있어야 제대로 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시민들은 지방의회 의원들과 관련한 잡음이 끊이지 않아 권한을 늘리는 게 바람직한지 의문을 갖기도 한다. 시민 김영수(55) 씨는 “지금도 지방의회 의원들 외유성 해외 출장으로 눈살이 찌푸려진다”며 “정책지원관이 늘어나면 의정 활동마저 그들에게 맡기는 게 아닌지 우려가 된다”고 말했다. 그는 “지방의회가 예산 편성권을 가지면 의회 예산이 늘어나게 될 가능성이 크다”며 “세금을 내는 국민 입장에선 바람직한 변화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방의회 권한 확대에 앞서 의원 자질을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부산연구원 박충훈 연구위원은 “해외와 비교했을 때 우리나라 지방의회 예산이 적은 편은 아니다”며 “법안을 새로 제정해 지방의회 권한을 키우기보다 현행법을 준수하며 의정 활동에 적극 나서는 방향이 국민 정서에 부합한다”고 말했다.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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