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태원 참사 특별법 거부… 재발 방지책 마련은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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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피해자 지원책은 너무도 당연
여야, 법안 조문 다시 한번 논의를

국무회의에서 '10·29 이태원참사 진상규명과 재발방지 및 피해자 권리보장을 위한 특별법안'에 대한 재의요구안이 의결된 30일 오후 서울광장 10·29 이태원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에서 열린 유가족 입장발표 기자회견에서 한 참가자가 생각에 잠겨있다. 연합뉴스 국무회의에서 '10·29 이태원참사 진상규명과 재발방지 및 피해자 권리보장을 위한 특별법안'에 대한 재의요구안이 의결된 30일 오후 서울광장 10·29 이태원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에서 열린 유가족 입장발표 기자회견에서 한 참가자가 생각에 잠겨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이태원 참사 특별법에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30일 행사했다. 이날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거부권을 재가한 것이다. 이태원 참사 특별법은 최근 국회 본회의에서 야당 단독으로 통과시켜 지난 19일 정부로 이송됐다. 다음 달 3일 재의요구 시한을 앞두고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함에 따라, 정부는 해당 법안을 국회로 돌려보내 재의결을 요구하게 된다. 이 법안이 국회에서 재의결되려면 ‘재적 의원 과반 출석과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여당인 국민의힘의 입장 변화 없이는 재의결 가능성은 사실상 희박해졌다.

정부는 이날 재의요구안 사유로 이태원 참사 특별법안에서 구성하도록 한 특별조사위원회의 업무 범위와 권한이 과도해 헌법에 위배될 소지가 있고, 특조위 구성 절차에 공정성·중립성이 담보되지 않았다는 점 등을 들었다. 정부는 이날 재의요구안 의결 직후 이태원 참사 희생자들을 기릴 수 있는 영구 추모 시설 건립 등 피해자 지원 대책도 내놨다. 피해자의 생활 안정을 위한 지원금과 의료비, 간병비 등을 확대하고, 현재 진행 중인 민·형사 재판 결과가 최종 확정되지 않았더라도 속도감 있게 배상·지원을 하기로 했다. 정부의 피해자 지원책은 너무도 당연하다. 유가족 지원이 이뤄진다고 해서 이태원 참사의 본질이 덮일 수는 없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국민과 역사에 죄를 짓는 것”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이 법이 세월호 특별법처럼 정쟁화 의도가 짙다고 보고 있다. 야당이 총선용으로 활용하려 밀어붙였다는 인식이다. 여야가 이태원 참사 특별법안을 단순히 정쟁의 소재로 삼는다면 이것이야말로 역사에 죄를 짓는 것이다. 유가족이 바라는 것은 철저한 진상 규명과 함께 재발 방지책 마련이다.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소중한 가족을 하루아침에 잃은 대규모 비극이 어떻게 일어났는지를 밝혀 다시는 재발하지 않게 해 달라는 것이다. 159명의 목숨을 앗아간 참사가 일어난 지 15개월이 지났건만 철저한 진상 규명은 물론이고 윗선 문책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이태원 참사 특별법에 대한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자칫 민심에 부정적인 인식을 줄 수 있다. 대통령의 거부권이 공감을 얻으려면 피해자 설득은 물론이고 재발 방지책과 지원책 마련에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 이태원 참사는 두 번 다시 일어나서는 안 되는 후진국형 참사다. 국민에게 커다란 충격과 아픔으로 남아 있다. 여야는 이태원 참사 특별법안의 문제가 되는 조문에 대해 다시 한번 충분히 논의하길 바란다. 여당과 정부는 민주당의 목소리를 정쟁을 위한 것으로만 보지 말고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야당도 총선을 앞둔 정쟁의 수단으로 삼아선 법안의 당위성을 잃는다. 무엇보다 참사로 인한 아픔이 정쟁의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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