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중심지 부산, ‘쥐꼬리’ 금융위 예산에 ‘제자리걸음’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기업 유치·정책 개발 등 4억 배정
지원금 매년 줄이다 올해 반토막

정부 뒷짐에 산업 활성화 정체 지적
본사 이전 금융사도 15년째 감감
실효성 있는 지원 대책 목소리 커

금융위원회가 금융중심지 지원 예산을 대폭 삭감하면서 정부의 금융중심지 정책을 두고 비판이 인다. 부산 남구 문현동 금융중심지 일대. 정종회 기자 jjh@ 금융위원회가 금융중심지 지원 예산을 대폭 삭감하면서 정부의 금융중심지 정책을 두고 비판이 인다. 부산 남구 문현동 금융중심지 일대. 정종회 기자 jjh@

금융중심지 부산의 금융 산업 활성화에 쓰이는 정부 예산이 해마다 감소해 15년 전에 비해 절반가량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금융위원회가 부산 금융중심지 조성에 ‘뒷짐’을 지면서 부산 금융중심지 조성이 정체 상태에 빠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더불어민주당 박재호 의원실이 금융위원회로부터 받은 금융중심지 예산안에 따르면 올해 금융중심지 추진 예산으로 금융위원회는 7300만 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금융감독원 산하 금융중심지지원센터 보조 예산으로 3억 2700만 원을 편성했다. 총 금융중심지 예산은 4억 원가량이다. 금융중심지 예산은 ‘금융중심지의 조성과 발전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 2008년 이후 매년 금융중심지 추진 예산, 금융중심지지원센터 보조 예산으로나뉘어 편성됐다. 올해가 15년 중 가장 최소 금액이다. 2008년 두 분야에서 총 8억 7000만 원이 편성됐고 이후 매년 6억~7억 원대 예산이 편성됐지만 지난해와 올해 예산은 올해 4억 원대로 급감했다. 두 예산 모두 외국계 금융기업 유치 활동, 금융중심지 활성화를 위한 중앙정부 차원의 정책 개발 등에 쓰인다.

예산이 대폭 삭감되면서 정부가 지난해 발표한 금융중심지 계획이 공염불에 그칠 수도 있다는 비판이 당장 제기된다. 정부는 지난해 6월 제6차 금융중심지 조성과 발전에 관한 기본계획을 발표하며 금융중심지를 인바운드(해외 금융사 유치)·아웃바운드(국내 금융사 해외 진출) 투트랙 지원 전략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계획과 예산이 ‘엇박자’를 내면서 계획이 선언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현재 금융중심지 금융 기업 유치 등은 부산시 주도로 이뤄지고 있는데 굵직한 국내 기업 이전, 대형 외국계 기업 해외 본사 유치 소식 등은 들리지 않고 있다.

입주한 해외 기업의 경우도 소수 직원을 파견한 영업점 형태로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BIFC(부산국제금융센터) 디 스페이스에 영국계 유아이비손해보험중개와 미국계 라이나원 2개 보험사를 유치했지만 상주 직원이 적고 앞서 입주한 BMI 그룹, 한국씨티은행, 요즈마그룹 코리아 3곳의 근무 인원도 각 2명씩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국내 진출 외국계 금융사(지난해 9월 기준) 본사는 총 167개로 서울에만 164개(98.2%)가 모여 있다. 나머지는 부산, 인천, 경기 일산 등에 각 1개가 있다. 부산에 본사를 둔 외국계 금융사는 33년 전 진출한 일본 야마구치은행이 유일하다. 부산이 2008년 금융중심지로 지정된 이후 본사를 이전한 외국계 금융사는 전무하다.

기업 유치 뿐 아니라 금융 인프라 조성 지원도 약화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앞서 2017년 공모를 통해 부산대(파생금융 전공)와 한국해양대(해양금융 전공)를 운영기관으로 선정한 금융 전문인력 양성 사업을 진행했다. 두 대학에 102억 8000만 원(국비 41억 4000만 원, 시비 51억 4000만 원)이 지원됐다. 하지만 사업은 종료됐고 부산대는 독자적으로 금융대학원을 운영하고 있다. 이 같은 금융당국의 소극적 자세 속에 글로벌 컨설팅 전문 기관 지옌(Z/Yen)이 발표한 제34차 글로벌 금융센터지수(GFCI)를 보면 지난해 9월 부산은 704점으로 33위에 올랐다. 부산은 2021년 하반기부터 33위→ 30위→29위→37위→33위로 순위가 큰 상승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시는 금융위원회의 경우 사업을 집행하는 기관이 아니라 규제 등을 개선하고 관리하는 기관인 만큼 금융중심지 활성화에 예산 감소가 큰 타격이 없을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금융중심지 활성화를 위해서는 금융위원회를 포함한 금융당국의 지원 사격이 필수적인 상황에서 지역 금융권에서는 금융당국의 실효성 있는 지원 방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강하게 제기된다.

지역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중심지가 15년이 넘었지만 냉정히 말해 정체에 빠진 것이 사실이다”며 “내년 BIFC 3단계 준공 등 큰 변화가 있는 만큼 최소한 6차 기본계획을 지키기 위해서는 부산 전체가 체감할 수 있는 정부 차원의 금융중심지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