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산대 17년 만에 등록금 인상… 지역 대학 동결 기조 깨지나
학부 등록금 5.15% 올리기로
재정 악화 지역 사립대들 ‘눈치’
경성대 인상안 총장 결심만 남아
동의대·동아대 등 막판 고심 중
동서대·동명대 등은 동결 결정
불이익 우려해 정부 권고 수용
부산 4년제 대학인 영산대가 부산 사립대 중 처음으로 올해 학부 등록금을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대학 재정 악화·학령 인구 감소·물가 인상의 삼중고를 호소해 온 부산 사립대학들은 잇따라 학부 등록금을 올리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 지역 사립대학들이 영산대에 이어 학부 등록금 인상 행렬에 올라탈지 관심이 쏠린다.
영산대는 2024년 등록금을 5.15% 올리기로 결정했다고 30일 밝혔다. 영산대 부구욱 총장은 “교내 등록금심의위원회(등심위)에서 논의한 결과에 따라 등록금을 5.15% 인상할 예정이며, 조만간 교내 사정 등을 검토한 뒤 최종 결재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영산대는 지난 8일 학생과 교직원, 외부위원이 참가한 등심위 4차 회의를 열어 등록금 인상률을 5.15% 이하로 하는 내용의 합의안을 통과시켰다. 영산대가 학부 등록금을 인상한 것은 2007년 이후 17년 만이다. 부 총장은 “정부 등록금 동결 정책에 협조해 2007년 이후 단 한 차례도 학부 등록금을 올리지 않았지만, 물가가 치솟고 날로 나빠지는 대학 재정을 고려해 올해 등록금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경성대도 올해 등록금을 인상하는 방안을 최종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경성대는 최근 등심위에서 올해 학부 등록금을 5.64% 인상하는 방안을 가결했다. 경성대는 인상안에 대해 이종근 총장의 최종 결정을 남겨두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경성대는 지난해에도 등록금을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이 총장이 동결하기로 결정했다.
영산대가 학부 등록금을 인상하기로 결정하면서 부산 다른 사립대 인상 검토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각 대학은 가파른 물가 상승과 인건비 상승 등을 고려해 등록금을 4~5%가량 올리는 방향으로 논의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교육부의 ‘등록금 동결’ 권고에 따라 등록금 인상 방안을 쉽게 내놓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동아대와 동의대는 등심위를 진행하고 있으며, 조만간 인상 여부와 인상률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등록금을 인상하는 대학이 1~2곳 더 나올 가능성이 있다.
올해 등록금 동결을 결정한 대학도 있다. △동서대 △동명대 △부산외대 △인제대 △신라대 △부산가톨릭대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학부 등록금을 올리지 않기로 결정했다. 한 사립대 대학본부 관계자는 “치솟은 물가와 인건비, 대학 운영 경비 등을 고려해 정부가 정한 등록금 인상 상한선(5.64%)까지 올리는 방안을 막판까지 고심했지만, 정부의 동결 기조를 따르지 않았을 경우 불이익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어 동결을 최종 결정했다”고 밝혔다.
영산대가 등록금을 올리기로 결정하면서 10년 넘게 이어져 온 부산 사립대 등록금 동결 기조는 점차 약화하는 모습이다. 부산에서는 영산대에 앞서 동아대가 지난해 등록금을 한 차례 올렸다. 동아대는 지난해 부산 사립대 중 유일하게 학부·대학원 등록금을 각각 3.95%, 3.86% 인상했다. 동아대는 2010년 이후 13년 만에 등록금을 인상한 전국 첫 대학으로 주목을 받기도 했다. 지난해 전국에서는 동아대를 포함해 15개 대학이 등록금을 올렸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2024학년도 등록금 인상률 법정 상한선을 공고하는 한편 대학들이 등록금 동결에 적극적으로 동참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대부분 대학은 등록금을 지난해와 같이 유지하기로 입장을 정리하고 있다. 서울 주요 사립대도 학부 등록금을 동결하는 흐름이다. △연세대 △한양대 △이화여대 △경희대는 올해 학부 등록금을 올리지 않기로 했고, 고려대는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각 대학은 다음 달 6일 정시모집 합격자를 발표하고, 등록금 고지서를 합격생들에게 발송할 예정이다.
김한수 기자 hanga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