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반구천의 암각화’ 세계유산 도전
반구대 암각화·천전리 각석 포함
잠정 목록에 오른 지 14년 만에
유네스코 유산센터에 등재 신청
2025년 세계유산위원회서 결정
한반도 선사 문화의 ‘정수’로 꼽히는 울산 ‘반구천의 암각화’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도전한다. 암각화 침수 예방 대책을 비롯한 국가 차원의 보존 방안 추진이 최대 관건이 될 전망이다.
문화재청은 ‘반구천의 암각화’(Petroglyphs along the Bangucheon Stream)를 2025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하기 위한 신청서를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에 제출했다고 31일 밝혔다.
울산 울주군에 있는 ‘반구천의 암각화’는 국보로 지정된 ‘울주 천전리 각석(글자나 무늬를 새긴 돌)’과 ‘울주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를 포함하는 단일유산이다. 2010년 세계유산 잠정목록에 오른 지 14년 만이다.
유네스코에 등재 신청서를 내려면 잠정 목록, 우선 등재 목록, 등재 신청 후보, 등재 신청 대상 등 4단계의 국내 심의를 먼저 거쳐야 한다. 지난해 7월 ‘세계유산 등재신청 대상’으로 선정되면서 국내 절차가 모두 마무리됐다.
높이 약 4m, 너비 약 10m 규모의 반구대 암각화는 ‘ㄱ’ 자 모양으로 꺾인 절벽 암반에 고래, 고래잡이 모습, 거북 등 300여 점의 그림이 새겨진 지구상 가장 오래된 포경 유적이자 북태평양 연안의 독특한 해양어로문화를 대표하는 인류 문화유산으로 평가받는다. 1971년 12월 25일 발견돼 ‘크리스마스의 기적’이란 별칭을 얻었다.
반구대 암각화보다 1년 앞서 발견된 천전리 각석은 각종 도형과 글, 그림이 새겨진 암석이다. 신라 법흥왕(재위 514∼540년) 시기에 새겨진 것으로 추정되는 글자가 남아있어 6세기 무렵 신라 사회를 연구하는 데 있어 귀중한 자료로 여겨진다. 문화재청은 바위에 새긴 글·그림의 중요성을 고려해 명칭을 ‘울주 천전리 각석’에서 ‘울주 천전리 명문과 암각화’로 변경할 계획이다.
문화재청은 ‘반구천의 암각화’에 대해 “약 6000년 동안 지속된 다양한 시대의 그림과 문자는 당대 암각 제작 전통을 확인할 수 있는 독보적인 증거”라며 “신석기 시대부터 신라 시대에 이르기까지 한반도 동남부 연안 지역 사람들의 미적 표현과 문화 변화를 집약한 탁월한 보편적 가치(OUV)를 지닌다”고 설명했다.
‘반구천의 암각화’는 올해 3월부터 2025년까지 세계유산 등재 심사 기구인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이코모스)의 현지 실사와 평가를 받는다. 등재 심의 대상에 오를 경우 2025년 열리는 제47차 세계유산위원회에서 등재 여부가 결정될 예정이다. ‘반구천의 암각화’가 세계유산으로 등재되면 2023년 9월 17일 등재된 가야고분군에 이어 한국의 17번째 세계유산이 된다.
‘반구천의 암각화’가 세계유산에 이름을 올리기 위해서는 국가 차원의 보존대책이 속도감 있게 추진돼야 한다. ‘반구대 암각화’의 경우 1965년 반구천 하류에 사연댐이 건설된 이후 50년 넘게 장마철만 되면 침수와 훼손이 반복되는 실정이다. ‘반구천의 암각화’를 세계유산에 등재하려면 반구대 암각화 수몰 문제부터 완전히 해결하는 것이 급선무라는 지적이 나온다.
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