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 월급제’ 6개월 앞으로… 현장 혼란 가중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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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법 시행, 명확한 지침 없어
부산 법인택시 가동률 47%
사측 “적자 탓 월급제 불가능”
노조 “조속히 매뉴얼 만들어야”

민주노총 부산지역본부 조합원들이 29일 부산시청 앞에서 '택시발전법 11조 2항에 따른 택시월급제 시행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재찬 기자 chan@ 민주노총 부산지역본부 조합원들이 29일 부산시청 앞에서 '택시발전법 11조 2항에 따른 택시월급제 시행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재찬 기자 chan@

오는 8월 ‘택시 월급제’ 전면 시행을 앞두고 지역 노동계가 지자체를 향해 관련 지침 마련을 촉구했다. 반면 법인택시 회사는 지금도 줄도산 위기에 처했는데, 당장 월급제 시행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택시 월급제 시행 6개월을 앞뒀지만, 관련 매뉴얼은 없어 현장 혼란이 이어질 전망이다.

31일 부산시택시운송사업조합에 따르면 현재 부산 법인택시 9700여 대 중 53%가량이 휴업 상태이다. 택시 10대 가운데 5대가 운행도 못하고 차고지에 주차돼 있는 셈이다. 택시를 운행할 기사가 부족한 상황이 이어지면서 휴업 상태인 택시가 늘어나고 있다.

법인택시 업계는 택시 월급제 시행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지금도 기사를 구하지 못해 경영난에 직면했고 줄도산 위기에 처했다고 하소연한다.

택시 월급제가 시행되면 회사가 기사 한 명에게 한 달 지급해야 하는 돈은 월급 200만 원과 4대보험, 퇴직금 등을 합쳐 300만 원 정도로, 법인택시 한 대당 550만 원 이상 매출을 올려야 회사가 유지된다고 택시 업계는 설명한다. 지금도 법인택시 한 대당 매출은 350만 원 수준으로 적자인데, 월급제는 늘어나는 적자를 회사가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부산 한 법인택시 관계자는 “월급제 당장 시행이 어려운 이유는 택시 운행 관리 감독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사측도 여건이 되면 월급제를 시행하면 좋지만 지금은 경영이 굉장히 악화됐다”며 “은행에서 택시회사 대출도 받아주지 않는다. 정부 지원이나 대책, 지침 마련도 없이 당장 월급제를 시행하라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노동계는 택시월급제 시행을 촉구했다. 민주노총 부산지역본부는 지난달 29일 부산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택시 월급제 시행을 위한 매뉴얼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정부는 택시 월급제 시행을 앞두고도 관련 훈령이나 매뉴얼 마련 등 준비를 하고 있지 않다. 택시 월급제 시행이 6개월 남았지만 국토교통부와 고용노동부, 지방자치단체 등은 오히려 이를 무력화할 기회만 엿보고 있다”며 “이제라도 현장 전수 조사를 실시하고 조속히 법 시행을 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택시운송 사업 발전에 관한 법률에 따라 전국의 택시 사업장에서 주 40시간 노동에 따른 월급제가 시행된다. 택시회사는 택시기사의 노동시간을 주 40시간 이상으로 간주해 월급을 책정해야 한다. 그동안 택시기사의 임금은 승객 탑승시간을 기준으로 책정됐다. 기사들은 장시간 노동에도 임금이 턱없이 낮게 산정됐다며 노동 조건 개선을 촉구했다.

부산시 관계자는 “법 시행을 앞두고 아직 국토교통부에서 정확한 지침이 내려오지 않아 지자체에서 먼저 나서 매뉴얼을 마련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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