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의대 2000명 증원, 지역·공공·필수의료 살려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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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수 절대 부족 국민 건강 위협”
불균등한 의료 환경 개선 발판 돼야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의대 입학정원 확대 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의대 입학정원 확대 발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마침내 내년 대학입시에서 의대 정원을 대폭 늘리기로 했다. 늘어나는 규모는 올해 입시 때보다 65% 이상 증가한 2000명이다. 당초 증원 폭이 1000명대 초반에 그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던 점을 고려하면 파격적으로 큰 수준이다. 우리나라에서 의대 정원 확대가 이루어진 것은 1998년 제주대 의대 신설 때가 마지막이었다. 무려 27년 만에 겨우 의대 정원이 늘어나게 된 셈인데, 그만큼 우리 의료 환경에서 의대 정원 확대는 지난한 과제였다. 그런데 이번에 예상을 뛰어넘는 큰 규모의 증원이 이뤄진 것은 지역·공공·필수의료 붕괴에 대해 정부가 갖는 우려와 위기감이 그만큼 컸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 정부는 지역·공공·필수의료 위기의 중요 원인으로 의사 수의 절대 부족을 지목해 왔다. 정부가 그 근거로 제시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인구 1000명당 의사는 2.6명으로 OECD 평균인 3.7명보다 훨씬 적다. 이는 의대 정원이 상대적으로 적은 사실과 연결된다. 현재 우리나라 의대 정원은 3058명으로, 주요 선진국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인구가 우리와 비슷한 영국은 2020년에 8600명이 넘는 의대생을 뽑았다. 우리가 이번에 2000명을 늘린다 해도 앞으로 그 격차는 더욱 벌어질 전망이다. 주요국들이 향후 우리보다 더 큰 규모로 의대 정원을 늘릴 계획이기 때문이다.

의사단체 등은 지금도 의사 수는 충분하기 때문에 의대 정원 확대는 필요 없다는 입장이다. 이는 상당 부분 향후 인구가 감소하면서 의사 수요 역시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에 기인한다. 하지만 이런 전망을 현실에 그대로 적용하는 건 무리다. 외과·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응급실 등 필수의료 분야 의사가 모자라 환자들이 위험한 상황에 부닥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의료 관련 인력과 인프라가 집중된 수도권의 초대형 병원들에 환자가 쏠리면서 지역의료 환경은 말 그대로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공공의료 분야도 그 체계가 갈수록 흐트러지고 있어 신종 감염병 대유행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지조차 의문이다.

정부의 의대 증원 발표에 의사단체들은 집단휴진, 파업 등 단체행동을 예고하면서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지역·공공·필수의료 환경이 현재 처한 사정을 돌아보면 의사단체의 이 같은 반발은 설득력이 떨어지고 명분도 부족하다. 최근 실시된 여러 여론조사 결과도 국민 대다수가 의대 정원 확대를 지지하고 있음을 확인해 준다. 윤석열 대통령이 “의사 인력 확대는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시대적 과제”라고 강조한 것도 국민의 그런 절박한 심정과 궤를 같이 한다고 볼 수 있다. 의대 정원 확대가 우리 사회의 갈등과 분열의 씨앗이 아니라 지역별·계층별로 불균등한 작금의 의료 환경을 획기적으로 바꾸는 발판이 되길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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