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중입자가속기 설치로 2027년 꿈의 암 치료 시대 열기를
비수도권 유일 의료 시설 착공
제때 완공해 거점 역할해야
‘꿈의 암 치료기’로 불리는 의료용 중입자가속기가 2027년 부산 기장 중입자치료센터에서 본격 운영에 들어가게 됐다. 부산시와 서울대병원, 기장군은 7일 부산 기장군 장안읍 동남권 방사선 의·과학단지에 조성된 중입자치료센터에서 중입자가속기 장비 착공식을 가졌다. 이날 착공식은 이미 들어선 치료센터를 도입 예정인 중입자가속기 사양에 맞춰 개보수하는 것으로 2027년 하반기 완공과 암 환자 치료 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당초 계획보다 무려 11년이나 지연된 것은 아쉽지만 세계 18번째의 중입자가속기를 갖춘 치료센터가 부산에 문을 열면 명실상부한 남부권 암 치료의 거점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된다.
중입자가속기 사업은 신산스러운 고비를 겪었다. 2010년 사업 계획이 수립될 때 2016년 가동 목표였으나 곳곳에서 복병을 만나면서 속절없는 지연을 거듭했다. 초기엔 독자 모델 개발과 투자 유치를 추진하다 무산되자 해외 발주로 방향을 전환하는 바람에 시간을 허비했다. 사업 주관이 서울대병원으로 바뀌기도 했다. 또 치료센터가 먼저 지어지는 바람에 가속기에 맞춘 리모델링을 해야 했는데 공사의 난도가 높다는 이유로 조달청이 난색을 표하면서 다시 지연 위기를 겪었다. 부산에서 오락가락하는 사이 사업비는 800억 원 이상 늘어났고, 뒤늦게 뛰어든 서울 세브란스병원은 동일한 기종의 가속기를 지난해 도입해 치료를 시작했다.
중입자가속기를 이용한 치료법은 탄소 원자를 빛의 속도로 가속해 나온 에너지를 암세포에 정밀하게 충돌시켜 파괴하는 최첨단 방식이다. 의료계에서는 기존 화학·방사선요법에 비해 부작용이 적고 상대적으로 짧은 기간에 치료 효과를 높이는 것으로 평가한다. 중입자가속기가 ‘꿈의 암 치료기’로 불리는 까닭이다. 서울대병원이 운영하는 기장 중입자치료센터는 앞으로 전립선암을 비롯해 두경부암, 췌장암, 간암, 폐암, 육종 환자 치료에 주력할 예정이다. 특히 부작용이 심하거나 난치성 암환자 치료를 우선한다는 계획을 밝히고 있다. 이처럼 난치성 암환자 치료에 한줄기 희망의 빛이 된다는 측면에서 센터에 대한 기대가 크다.
기장 중입자치료센터 추진 15년 만에 가속기를 착공하면서 드디어 ‘꿈의 암 치료기’가 가시권에 들어왔다. 그간 사업이 꼬일 때마다 ‘허송세월’ ‘일장춘몽’ ‘낙동강 오리알’ 따위 자조적인 푸념이 되풀이됐다. 하루가 아까운 난치성 암환자들은 그 긴 세월을 애간장을 태우면서 기다렸다. 그러니 치료센터의 책임이 무거울 수밖에 없다. 예정된 개원 일정에 차질이 없는 것이 기다려 준 난치 암환자들에 대한 예의이자 보답이다. 특히 서울 이외에 유일한 중입자 치료 시설이니 비수도권 환자의 접근성을 최대한 높여야 한다. 또 국비·지방비가 들어간 시설인 만큼 건강보험수가 책정에서도 지역 환자에 이점을 주는 방안도 모색돼야 할 것이다.